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부터 이를 허용하기로 했다. 최악의 여성 탄압국이라는 불명예를 벗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31·사진)가 추진 중인 개혁의 속도를 높이는 상징적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우디 외교부는 26일 “살만 국왕이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칙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내년 6월부터 여성들도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사우디에서 여성의 운전은 법으로 금지돼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면허를 받을 수 없어 남성이 운전하는 차를 타거나 운전사를 고용해 이동해야 했다.
사우디 왕실은 경찰의 공권력을 축소하는 등 규제를 잇따라 완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교육부가 다음 학기부터 여학생도 체육수업을 받도록 했고 지난 23일 국경일엔 건국 이후 처음으로 여성들이 경기장에 입장해 공연을 관람하도록 허용됐다.
종교적 규율을 엄격히 지켜온 보수적 국가인 사우디는 최근 석유 부국의 위치가 흔들리면서 변화를 요구하는 압박이 컸다. 전체 수입의 90%를 차지했던 ‘오일머니’가 저유가와 함께 급감하면서 재정은 고갈됐다. 특히 사우디 인구의 3분의 2는 30세 이하 청년들이다. 전임 압둘라 국왕의 장학금 지원으로 청년 수십만명은 서구에서 교육을 받고 돌아왔지만 모든 것을 국가가 마련해 주던 부모 세대와 달리 일자리도 찾기 힘들어졌다.
이번 결정은 지난 6월 사촌형을 몰아내고 왕위 계승 서열 1위에 오른 젊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작품’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변화의 압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2016년 4월 ‘2030비전’을 발표하고 사우디의 탈 석유화와 새로운 민간 부문의 동력을 찾으려는 것도 차기 ‘왕좌의 게임’에서 성공하려면 일자리와 경제가 관건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무함마드는 2015년 1,635억 리얄(약 436억달러)에 불과한 비석유 부문 수익을 2030년 1조 리얄(약 2,700억달러)까지 늘리려 한다. 내년 세계 최대 석유기업 아람코 기업공개로 1,000억달러가 들어오면 탈석유 경제의 마중물이 된다. 홍해 50개 무인도에 거대 관광지를 조성해 비키니 차림까지 허용한 파격 조치도 같은 맥락이다.
포린폴리시는 이날 “여성의 운전이 허용되어 더 많은 여성에게 일자리를 갖고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아라며 “사우디 왕실의 경제 회복 계획의 목표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탈석유 경제에서 지금까지 배제된 여성의 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뜻이다. 최고성직자 조직인 울레마위원회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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