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새내기 Y는 기숙사에 도착해서 정리를 마친 후 주변 환경을 돌아보며 충격과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생각했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환경을 보고 실망한 나머지“앞으로 이런 곳에서4년간 지낼 수 있을까. 수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일단, 기숙사 주변 동네가 칙칙하고, 지나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평범치 않고, 해가 지면 밖에 나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기숙사에서 강의실까지는 걸어가기 애매한 거리라서, 우버(Uber)택시를 타고 다녀야 하나 고민했지만 비용 때문에 포기했고, 캠퍼스 셔틀이 멈춘다는 정류장에 가보니 노숙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무서웠다. 게다가, 재학생 선배들의 말을 듣고는 더 놀랐다. 저녁에 도서관에 가려고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돈을 빼앗긴 학생, 기숙사내에서 컴퓨터와 휴대폰 도난 사건, 기숙사 주변의 동네 사람들과 마약을 거래하다 적발된 사례 등등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Y가 대도시에 위치한 대학에 등록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곳에서 맛볼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과 명문대라는 이유였다. 사실 Y는 지원 전 그 대학을 방문했었다. 캠퍼스 투어 가이드를 통해 본 것은 반짝거리는 캠퍼스의 일부였지, 자신이 살아야 하는 기숙사와 그 주변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도시에 며칠 머물면서 본 것도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 아니면 쇼핑거리였다.
대학등록 결정에 또 다른 결정적인 이유는 주변의 지인들, 특히 친척들 가운데 그 대학에 다녀본 사람들이 만족스러워했기 때문이다. 그 분들의 말에 의지하여 Y는 별 고민 없이 결정했지만,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환경이다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렇지만, Y의 결정적인 맹점은 자신이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도 명문대도 아닌, 남의 말에 의지하여 등록 대학을 선택한 것에 있다. 대학 선택은 콘택렌즈의 선택과 비슷하다. 아무리 똑 같은 브랜드라도 어떤 사람은 몇 번 사용한 후 눈이 따끔거리고 화끈거리며 눈에 이물질이 들어있는 듯한 느낌을 불평하지만, 어떤 사람은 전혀 그런 불편 없이 사용한다. 바로 개인의 차이다.
며칠 전, 하버드ㆍ예일ㆍ프린스턴 대학의 15명 교수들이 목소리를 모아 대학 신입생들에게 오픈레터를 보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지배적인 다수의 생각에 휩쓸리기 쉬운 곳이 대학 캠퍼스다. 다수에 편승하고 그들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속 편하다. 그들의 의견에 맞서면 오히려 편협한 사람 혹은 괴짜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렇지만 다수에 합류되는 것은 게으른 짓이다. 다수의 의견과 트렌드를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라. 그들의 의견에 질문을 가하라. 분석하고 따져보라,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라.”
사실, 233년 전에 철학자 칸트가 비슷한 말을 했다. 자신에게 내재된 이성을 사용하지 않고 남의 의견을 따라가는 것을 칸트는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규정하고, 이성을 사용하고자 하는 용기를 가지라고 계몽했다. 미성숙 상태에서 안주하는 것은 속 편한 삶일지 몰라도 그것은 게으름이요 비겁이라고 지적했다. 게으름과 비겁이 지속되면, 소심해지고 무슨 일이든 스스로 시도하려고 들지 않는 무력감에 빠진다. 마치, 갓난 아기를 보행기에 영원히 가둬 두면 그는 평생 걷지 못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스스로 판단, 결단하지 못하고 남의 말에 의지하면 재앙을 만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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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엘 홍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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