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 부정선거 사태로 1,100명 사망 사건 재발 우려

8일 대선·총선을 치르는 케냐 나이로비 남쪽 지역에서 마사이 부족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 앞에 줄을 서 있다. (AP)
동부 아프리카 케냐에서 8일(현지시간)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졌다.
케냐의 현 대통령과 야권 후보가 첨예하게 맞붙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10년 전 대선 때 부정선거 논란으로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유혈 사태가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케냐 전체 인구 약 4,000만명 가운데 1,960만명이 유권자 등록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통령과 의회 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을 한꺼번에 뽑는 투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전국 4만883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두 후보 간 치열한 대권 경쟁이 예상되면서 일부 유권자는 전날 자정부터 투표소 앞에서 줄을 서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수도 나이로비의 한 투표소 바깥에서는 경찰이 무질서하게 줄을 선 시민을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재선을 노리는 우후루 케냐타(55) 현 대통령과 네 번째 대권에 도전하는 야당연합(NASA)의 라일라 오딩가(72) 전 총리가 치열한 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후보는 자신을 지지하는 비슷한 수의 다른 종족 유권자 그룹을 보유하고 있어 초접전 승부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득표율 5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잠정 개표 결과는 9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케냐타 대통령과 오딩가 두 후보는 대선 유세 때부터 신경전을 벌이면서 케냐 전역에는 일찌감치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다.
오딩가는 케냐타의 집권 연장을 위해 여당이 선거 부정을 꾀하고 있다며 부정선거로 패배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오딩가는 2007년과 2013년 대선에서도 표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2007년 케냐 대선에선 개표부정 시비로 촉발된 종족 간 분쟁이 유혈 사태로 확대되면서 전국에서 최소 1,100명이 숨지고, 약 60만명이 피란민 신세가 됐다.
케냐 정부는 올해 선거는 평화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투표 당일 경찰력 15만여명을 각지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투표 과정에서 이렇다 할 기술적 문제나 폭력사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케냐 국민 사이에서는 선거 후 폭력사태 재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도시에 사는 시민 다수가 지난 주말부터 지방으로 대피했다. 최근 며칠간 케냐의 주요 도시의 슈퍼마켓들에선 비상용 물품을 구매하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앞서 2013년 대선에서는 케냐타가 50.07%의 득표율로 오딩가를 약 80만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한편 케냐 주재 한국대사관은 교민들에게 비상 연락망을 확보해 정보 공유가 가능토록 하고 유사시 행동요령 등을 지속해 공지하고 있다.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공관 내에 비상대책반을 설치했고 나이로비에 대피장소 여러 곳을 마련하는 한편 케냐 정국이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질 경우 교민을 이웃 나라로 탈출시키는 대책도 짜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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