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리더의 정년은 몇 세일까. 정답은 없겠지만 평균 수명이 늘면서 이들의 정년도 조금씩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초 미국식 자본주의를 대표한 여러 ‘왕’들이 있었는데 이중 ‘철강 왕’ 앤드류 카네기는 66세 이후로는 자선사업에만 열중하면서 84세까지 살았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도 70세가 되기 전에 경영권을 넘기고 84년을 살았다. ‘석유 왕’ 존 록펠러는 좀 더 현직에 머물러 73세에 은퇴한 뒤 무려 25년을 더 살아 98세까지 장수했다.
21세기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확실히 현직에 있는 기간이 길어졌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86세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지난해 버핏은 포천 500대 기업 중 하나를 인수한 뒤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포천 500대 기업 중) 10개를 소유하게 됐지만 아직 490마리의 물고기가 남았고, 우리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100세를 넘보는 리더도 나왔다. ‘채권 왕’ 빌 그로스는 2015년 과거 자신이 세운 투자운용사가 수익률 부진으로 비난을 받고, 당시 70세인 본인의 나이가 도마에 오르자 발끈했다. 그는 “나는 전력질주하고 있다. 내 배터리는 110% 충전됐으며 앞으로 40년은 충분히 더 달릴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지난주 한인은행권은 뱅크 오브 호프의 고석화 이사장이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술렁거렸다. 25년간 이사장으로서 활동해온 그의 전격적인 사퇴였기에 ‘왜’라는 질문이 앞장을 섰고, 다양한 추측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가 스스로 오랜 시간 저울질해하며 심사숙고한 결정이었다고 담담하게 밝히면서 추측들은 힘을 잃었다. 여기에 명예 회장으로 추대됐고, 이사로서 새로운 임기를 시작했으며, 개인 자격 최대 주주로 남은 점에서 쓸쓸한 퇴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또 세월의 흐름 가운데 문득 쳐다보니 생겨난 침식과 풍화가 만든 자연스러운 경광 같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무엇보다 비즈니스 리더 은퇴의 조건으로써 이번처럼 뒤를 이어줄 경험을 갖춘 후배 이사들과 유능한 경영진이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점을 한인사회에 새삼 되새겨 줬다.
그래도 궁금하니 다시 묻자. 리더의 정년은 몇 세가 답일까. 프랭클린 템플턴의 이머징 마켓 전담 펀드 매니저로 올해 80세인 마크 모비우스는 은퇴 계획을 묻는 질문에 “투자는 와인과 같아서 오래될수록 좋아진다”며 본인의 정년을 멋지게 연장했다. 연륜과 여유가 묻어나는 이 정도 위트를 갖췄다면 정말 오래된 빈티지의 와인처럼 고급스럽게 음미할 수 있지 않을까.
<
류정일 경제부 부장대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