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몇 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오랜 친구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을 만났다. 외신들은 틸러슨 장관이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마친 뒤 푸틴 대통령과 두 시간가량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이번 만남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크렘린궁이 두 사람 회동은 계획돼 있지 않다고 밝힌데다, 양국이 시리아 문제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간인에 대한 화학무기 공습을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소행으로 결론 짓고 시리아 공군기지까지 타격한 미국은 아사드 정권의 배후인 러시아에 책임을 묻고 있었고,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이 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미국을 비난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이 틸러슨과의 만남을 막판에 수락한 이유를 놓고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시리아 사태로 다소 수세에 몰린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푸틴의 전략적인 판단이라는 해석이 많다.
캐나다 일간 내셔널포스트는 “푸틴은 자신이 이번 사태의 주도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이기 위해 극적 만남을 시도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기다리게 하는 외교는 푸틴의 오래된 기술”이라며 “상대방이 평정심을 잃게 만들어 자신이 통제력을 발휘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무대가 틸러슨의 외교력을 시험하는 자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푸틴과의 만남이 불발됐을 때 상대적으로 아쉬운 건 틸러슨 쪽이라, 이 과정에서 푸틴은 틸러슨의 초조함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을 수 있다. 실제 푸틴은 주요 인물을 만날 때 비슷한 전술을 써왔다. 2012년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40분씩 기다리게 했고, 2015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한 시간 넘게 대기하게 했다.
오랜 기간 유지해 온 개인적 우호 관계를 감안하면 틸러슨 장관을 문전박대할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석유 회사인 엑슨모빌 최고경영자 출신인 틸러슨은 2011년 러시아의 북극해 자원개발에 참여하는 대신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에 투자하기로 한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 러시아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2013년에는 푸틴 정부로부터 우정훈장을 받아 ‘푸틴의 친구’로까지 불려왔다. 더군다나 2차 세계 대전 이후 러시아 지도자가 외국의 새 국무장관을 만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극적인 만남에도 결과는 씁쓸했다. 양국이 입장 차를 재확인하는 자리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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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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