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폭풍처럼 한반도 남쪽을 강타하고 지나간다. 엄청난 지진이 모국의 지축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다. 지진은 여진이 더 무섭다는 사실도 깨우쳐 준다. 돌아보면 지진의 진앙지는 여객선 세월호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고 세월호 침몰 당시 대통령의 ‘일곱 시간’ 문제로 와글와글 하더니 급기야 헌법을 위반했다며 대통령 탄핵과 구속, 그리고 선거로 여진이 계속된다.
미국은 워낙 큰 나라이니까 웬만한 폭풍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반면에 모국은 나룻배와 같아서 작은 파도에도 쉽사리 파선 침몰한다.
세월호 사건이 그것을 웅변한다. 생명은 하나하나가 천하보다도 더 귀중하다는 점에서는 대형사고인 것이 틀림없다. 허지만 그것이 몰고 온 지금의 사태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한국의 언론들은 ‘대통령이 침몰하더니 세월호가 올라왔다’는 제목을 달았다.
세월호 침몰의 일차 책임은 그 선박회사가 져야 하고 수습이 잘못되었다면 그 관계자들이 징계를 받아야 한다.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뿐이다. 이제는 과거보다 모국의 장래를 위하여 수습방안들을 논의해야 한다.
우선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실’과 허위를 철저히 밝히는 일이다. 그것도 그냥 사실이 아니라 ‘진짜 사실’(real fact)을 말해야 한다. ‘거짓증거하지 말라’는 십계명 말씀을 엄격히 지키란 뜻이다.
유언비어를 퍼뜨리면 긴급조치에 걸려 죽도록 고생했던 것이 필자의 세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소셜네트웍의 발전으로 ‘카더라’ 통신이 진짜 언론들을 압도한다. 그래서 대표 언론기관들에 대한 신뢰도가 현저히 추락하고 있다. 그리고 명백한 허위를 ‘대안적 사실’이라며 합리화하고 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지 못하면 모두 망한다.
시위꾼들과 그들의 주장을 최고선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개인이 선량해도 국민은 악의 집단일 수 있고 민중은 우중 곧 ‘미련한 떼거리’일 수도 있다.
거리 민주주의가 법치 민주주의를 말살해도 안 된다. 필자는 대학 신입생 때 4.19 학생혁명 대열에 참여했다. 대통령 집무실인 경무대 입구까지 돌진했다가 총격을 당했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바로 내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여럿 죽고 부상당했다.
그런데 지금 평가해 보면 4.19 학생혁명에도 이면이 있다. 이승만 정권이 무너진 뒤에도 남북학생들이 통일까지 하겠다고 아우성친 것은 철부지 같은 행동이었다. 군사혁명의 빌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촛불 집회나 태극기 집회가 그 이름에 충실해야 모국의 역사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다. 촛불은 ‘자기 자신을 불태워서’ 세상을 비추는 것이 사명이다. 그런데 자기 대신 통치자와 ‘틀딱’ 노인들을 불태워서 정권 야욕을 채워서는 안 된다.
태극기의 ‘태극’(太極)은 그 근본 의미가 양극을 하나로 조화시킨다는 뜻이다. 음과 양, 남과 여, 동과 서, 남과 북, 보수와 진보, 어둠과 빛 등 이분법의 사고 틀을 하나로 묶어내려는 동양사상이다. 두 극단을 포용하여 더 좋은 하나를 만들어 내야 한다. 함생주의 사상, 그리고 헤겔의 정반합 원리이다.
또 한 가지 깨달을 것이 있다. 모국의 대통령 수난사 말이다. 대통령들이 하나 같이 강제 하야, 구속, 총살, 자살, 탄핵, 존경 상실을 당했다. 존경받는 대통령이 하나도 없다면 그건 대통령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들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던 국민들도 무언가를 깨닫고 고쳐야 한다.
좋은 대통령이 좋은 국민을 육성해 낼 수 있지만 역으로 수준 높은 국민은 좋은 대통령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우리 코리안들은 정이 많지만 한 번 밉게 보면 작살을 내야 시원해한다. 뜨거운 감성과 냉혹한 이성 사이의 균형이 함량미달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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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근 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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