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났다. 그 둘은 어쩌면 사랑, 어쩌면 의무감에 이끌려 가정을 이뤘다. 남자가 밖으로 사냥을 나가면, 여자는 보금자리를 지키며 양육에 힘썼다. 때로는 함께 산천을 헤매며 식량을 찾아 나섰고, 온 힘과 뜻을 다해 예측불허의 악천후와 산짐승들로부터 안전해 질 방법을 모색하면서 역경을 헤쳐 나갔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분배된 역할에만 충실했고, 깨어있는 모든 순간을 살아있는 것 자체에 온전하게 집중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존을 영위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숙명 때문에 인간들에게 삶이라는 것이 그저 쉽기만 한 적은 없었겠지만, 삶의 목적과 사는 방법이 비교적 단조롭고 단순했던 까마득한 시절의 이야기다.
오늘날의 삶은 복잡하다. 기계화 문명의 노예가 되어버린 현대인들은 수많은 기술들을 연마해야 하고, 개개인의 역량을 입증하기 위해 온갖 시험을 치르게 되며, 방대한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대부분은 필요 이상의 정보에 노출된 상태로 살아간다. 의식주 걱정 외에도 감당해야 할 문제와 벅찬 숫자의 고민이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어려운 관계도, 오래 걸리는 절차도 점점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다. 고대인들에게 삶의 목표가 생존이었다면, 현대인들의 목표는 더 쉬운 생존 방법의 선택이다. 모든 것이 그저 순조롭게 뜻대로만 이루어지는 삶을 끊임없이 갈망한다.
한때 사람들은 편지로 안부를 물으면서도 큰 불평 없이 살았지만, 더 이상 그런 인내심과 여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휴대폰이 없이는 집 밖을 나서지 않으며, 손가락을 몇 번 까딱하여 즉각적인 정보를 미리 검색해보지 않고서 진행하는 일은 비효율적이라 여긴다. LTE급 속도의 정보화 문명은 분명히 삶에 편리함을 가져왔다.
하지만 자동화가 극대화되면서 인력은 극소화 되어 점점 일터에는 인간이 설 자리가 줄고 있고, 기계가 점점 똑똑해지면서 그것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인간들이 점점 바보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생겼다. 지속적으로 쉬운 삶만을 목표로 하는 현대인들은 느리게, 쓸모 있게, 바르게, 그리고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잊고 사는 때가 많다.
물론 어려움 속에서 쉬운 것을 찾는 것은 삶의 요령이다. 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가의 잣대마저 복잡해진 혼돈의 세상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깊은 생각 자체를 힘들고 귀찮게 여기며, 자신의 좁고 막힌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기를 기피한다.
단적인 예로, 탈당을 밥 먹듯 하는 정치인들을 들 수 있다. 권력을 위해 비합리적인 당의 결정에까지 동조하며 야망을 불태우다가, 당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순간 탈당을 선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의 배신을 올바름을 위해 잘못된 것을 떠난다는 핑계로 정당화한다.
하지만 이런 성향은 비단 정치인들 뿐 아니라 그들을 뽑아 준 대중들의 전형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 곤란한 상황에서는 남에게 탓을 돌리는데 익숙한 나 자신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
링컨, 에디슨, 간디, 유관순, 베토벤… 역사상 훌륭하다고 칭송 받았던 그 어떤 위인도 쉬운 삶을 살지 않았고, 어려운 질문을 회피하지 않았으며,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들이 직면했던 어려움과 피땀의 무게가 컸기에 그들이 이 세상에 가져온 변화들은 더 빛이 났다.
가장 크게 숨을 쉬는 순간에 맥박이 가장 큰 파동을 일으키듯이, 역동적인 삶일수록 굴곡이 더 심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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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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