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우정의 행사인 고교동창 여행의 금년 행선지는 스페인이었다. 이번 여행에선 특히 스페인 사람들의 정서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보통 우리는 ‘돈키호테’를 봉건적 가치에 집착한 몰락해가는 한 과대망상 귀족의 좌충우돌을 그린 가벼운 코믹 소설로 본다. 그러나 당시 전 스페인 국민들은 돈키호테를 사랑했고, 열광을 넘어 존경했다고 한다. 난 그들의 그런 정서가 무언지 궁금했다.
여행 기간 동안 나는 부족한 내 스패니쉬와 영어 실력을 총동원하여, 5명의 현지 안내인들, 택시 기사들, 가게와 시장 종업원들, 그곳 경찰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소박한 옷차림, 검은 머리칼, 검은 눈동자가 대부분이었던 그들에게선 북남미 대륙의 발견과 침략, 중세기 찬란했던 역사와 빛나는 문화적인 유산들을 내세우는 우월감이나 자만심 등은 볼 수 없었다. 조용한 겸손과 소박함이었다. 그들의 느릿한 여유로움(?), 낮잠 등 긴 시간의 휴식은 바쁜 우리로서는 이해가 좀 안되었지만….
우리는 돈키호테가 출생하고 활동했던 라만차 지역, 바람에 도는 풍차, 우물가, 안달루시아 지역과 피신했던 시에라 모레나 산맥을 넘어 끝없는 평지로 펼쳐지는 카따루나 바셀로나로 가면서 돈키호테의 활동 무대를 밟아 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평화스러운 들판, 그 위의 따스한 햇살, 널린 바람개비 풍차,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자연 속에서, 소박한 인간관계가 어우러진 온화함 속에서 그들은 돈키호테의 기독교적인 순수함과 선한 면을 볼 수 있었고, 자신의 운명을 헤쳐 나가는 능동적인 면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돈키호테를 정신 나간 노인이라기보다는, 그들 삶의 이상으로 열광적으로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깊이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는 체 게바라의 말처럼 돈키호테는 과거로 잠겨있던 기사도 정신의 부활을 힘겹게 실천하려고 꿈을 현실에다 끌어드렸으며 현실에서는 사랑과 정의에 입각한 진실 된 행위로 보여준다. 종자 산초와의 끝없는 대화에서 주종관계를 초월한 우정, 정의의 실천, 충고, 사랑의 배려 등 기독교의 선함과 순수함을 본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꿈을 접고 가졌던 꿈을 접음으로 생명도 단축되는, 임종을 맞았을 때 병상에서 산초가 어둠속에서 깊이 흐느껴 우는 장면은 둘 간의 깊은 우정의 정수를 보여준다. 서로 진실했던 관계의 소산일 것이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가지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며,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에 별을 잡으려는 했던 돈키호테를 스페인 사람들은 정말로 사랑하는 듯 했다.
눈앞에 자기만을 위한 이익에 집착하여 정의, 진리 인간적인 세상 원칙을 떠나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가지려는 우리들이 (왜 요즈음의 한국 정치판이 떠오를까) 가져야 될 삶의 별일 것이다. 쉴 새 없이 밀을 찧는 라만차 풍차처럼, 돈키호테가 품었던 성경의 그 밀알 같은 정신이 우리들의 삶에 항상 남아 주기를 나는 풍차 앞에서 속으로 빌었다.
여행은 “정신의 건강을 되돌려 주는 샘물”이라는 말이 이번 스페인 여행에서도 다시 한 번 공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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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청원 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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