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봄의 문턱에 들어섰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과 달리 1년 내내 날씨에 큰 변화가 없는 남가주에서 미묘한 계절의 변화를 늦기전에 감지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래도 겨울과 봄이라는 상반된 이미지 때문인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다. 더구나 다음 주부터 메이저리그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것도 봄이 왔음을 실감하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다.
미국의 봄은 2월 중순 메이저리그의 스프링캠프와 함께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운 지역은 아직 한겨울이지만 따뜻한 애리조나와 플로리다에서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선수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스프링캠프에 모여들면서 봄의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3월부터는 시범경기 스케줄이 시작되며 4월에는 정규시즌이 막을 올린다. 시카고 컵스가 무려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새 시즌이 훌쩍 눈앞에 와 있는 것이다.
매년 오는 캠프지만 새 시즌을 준비하는 코리안 빅리거들과 이들을 응원하는 한인팬들에게 올해 스프링캠프는 특별한 긴장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번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시즌 전체는 물론 커리어 전체가 좌우될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류현진(LA 다저스)과 박병호(미네소타), 최지만(뉴욕 양키스)와 새롭게 도전장을 낸 황재균(샌프란시스코) 등은 모두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메이저리그 진입이라는 목표를 향한 ‘서바이벌 테스트’를 치러야할 처지다.
또 지난해 첫 스프링캠프에서 혹독한 시련을 거친 뒤 불사조처럼 되살아난 김현수(볼티모어)의 경우는 한결 입지가 좋아지긴 했으나 그래도 긴장을 늦출 수 없고 빅리그 3년차를 맞는 강정호(피츠버그)의 경우는 선수로서는 확실하게 인정을 받은 단계에 들어갔으나 필드 밖에서 잇달아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인해 이젠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도마 위에 오른 처지가 됐다. 추신수(텍사스)의 경우는 지난해 수시로 부상자명단을 들락날락한 것으로 인해 구단이 올 시즌 그를 특별관리대상으로 놓고 집중 관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살펴보면 이번 스프링캠프에선 오직 오승환(세인트루이스)만이 다른 부담감없이 차근차근 시즌 준비에만 전념할 수 있는 입장이다. 그런데 오승환은 3월초에 막을 올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한인 메이저리거로는 유일하게 출전하기에 한국대표팀이 대회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남느냐에 따라 어쩌면 스프링캠프 대부분을 팀에서 떠나 보낼 수도 있다. 이래저래 한인 선수들 모두에게 쉽지 않은 스프링캠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에서도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선수가 류현진이다. 어깨수술을 받고 2년을 쉰 류현진은 올해 빅리그 커리어 지속여부가 걸린 중요한 재기의 시즌에 나서게 된다. 지난 2년간의 공백기로 인해 그가 빅리그에서 첫 2년간 쌓아놓았던 입지도 거의 사라졌다. 한때 부동의 다저스 3선발이었던 그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는 5선발 자리를 놓고 많은 경쟁자들과 싸워야 한다.
지난 겨울 한국에서 혹독한 동계훈련을 한 류현진은 지금 일찌감치 다저스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애리조나 캐멀백랜치에 일찌감치 들어가 본격적인 캠프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그리고 그는 현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진출 후 지금처럼 몸 상태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고 밝혀 재기의 희망을 밝게 했다. 하지만 2년간의 긴 공백을 거쳤고 특히 어깨수술을 받고 돌아오는 그에게 확실하거나 보장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류현진의 컴백은 본인은 물론 한인 팬들 모두에게 긴장되는 여정의 연속이 될 것이 확실하다.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왔을 때 류현진뿐 아니라 박병호와 황재균 등 모든 한인선수들이 빅리그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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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부국장·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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