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산골마을의 이색적인 구인광고
▶ 은퇴한 경찰관이 경쟁 물리치고 ‘취업’

동화 속의 오두막처럼 예쁜 스위스 베레나 협곡의 은둔처.
“구합니다 : 외딴 곳의 동굴 같은 오두막집에 살면서 인근의 협곡과 채플을 돌보고 관광객들과 이야기하면서 삶의 지혜를 나누어 줄 은둔자. 연봉은 2만4,000달러이며 숙식 제공하고 유급휴가 있습니다.”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마을의 성지를 지키는 은둔자가‘은퇴’해 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위스 북부의 작은 마을 솔로서른의 시의회는 구인광고를 내기로 결정했고, 지역신문에 게재된 이 이색적인 광고를 보고 22명이 지원을 했다. 엄정한 심사 끝에‘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은퇴한 경찰관인 55세의 마이클 다움, 15세기부터 계속되어 온 유서 깊은 직책을 이어받게 된 것이다.
10월부터 업무에 들어갈 그는 베레나 협곡의 바위벽을 깎아 만든 동굴로 연결된 오두막에 거주하며 은자의 삶을 시작한다.
“이 새로운 일에 경외심을 갖고 있으며 정말 기대가 크다”라고 그는 지난 27일 지역신문 ‘슬로서너 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솔로서른 시당국도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원래 은둔자란 고독을 찾아 세속을 떠난 사람인데 시 당국이 원하는 조건엔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교성’이라는 은둔자에겐 이율배반적인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이클에게선 우리가 찾고 있던 카리스마 있는 개성이 보였다. 바로 이점이 우리의 새로운 은둔자에게 적절한 자질이다”라고 시의장 세르지오 위니거는 만족해했다.

신임 은둔자 마이클 다움
지난 2월까지 은둔자 직을 맡았던 베네딕타 수녀가 그만둔 후 ‘기독교 배경을 가진 은둔자’를 찾는 시의회의 구인광고에 지원한 다움은 은퇴한 경찰이다. 경찰에서 은퇴한 후 신학과 명상을 공부했던 그는 거의 600년 전부터 계속되어온 이 직책을 맡게 된다.
베레나 협곡 은둔처(Verena Gorge Hermitage)를 관리하는 은둔자(Hermit)는 1440년대에 이곳에서 수도하며 은둔 생활을 하다 이곳에서 숨진 성 베레나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직책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며 동굴에서 기거했던 ‘영혼의 치유자’ 성 베레나가 정착했던 이곳은 지금도 ‘영적인 힘’을 가진 곳으로 알려졌으며 그래서 이곳 은둔자를 찾아 몸과 마음의 고통을 털어놓고 위로의 말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베네딕타 수녀 이전의 은둔자였던 베레나 두바체르가 사직한 이유는 관광객들이 자신에게 너무나 많이 말을 걸어온 다는 것이었다. 진정한 은둔자로서 사교의 상호작용에 엮이는 것을 불편해 했던 그녀는 결국 그만두었다.
그러나 고독하게 사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사람들과의 대화도 즐기는 사람에겐 은둔자 직책은 상당히 괜찮은 안정된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두바체르 이전의 은둔자는 25년간 근속했다.
이전에는 사제들만 이 직책을 맡을 수 있었지만 수 십 년 전부터는 민간인 은둔자들도 채용되어 왔고 베레나 두바체르는 첫 번째 여성 은둔자였다.
깎아지른 바위벽과 울창한 나무들이 줄지어선 계곡들이 동굴로 이어지는 경관이 일품인 이곳은 하이킹을 하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아름다운 경치는 성 마틴과 성 베레나 채플들을 둘러싸고 있으며 동굴 벽을 뚫고 지어진 오두막집 ‘베레나 협곡 은둔처’는 예쁘고 작은 정원을 안고 성당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은둔자는 채플들을 관리하고 이곳에서 열리는 결혼식이나 영세의식을 돕기도 한다. 매주 한 두 차례의 명상 클래스를 인도하기도 하고 겨울에는 한 없이 쌓이는 눈 치우기에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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