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아마존, 불교식 장례식
▶ 주문 서비스 실시
딩동! 초인종이 울려 문을 열어 보니 스님 한분이 서 계신다. 스님의 입에서 “아마존으로 주문하셨죠?”라는 말이 나온다. 스님이 아마존닷컴에서 주문한 물품을 배달할 일은 없을테고… 집주인이 아마존에서 주문한 것은 다름 아닌 문 앞에 서 있는 스님이다. 정확히 말하면 스님이 거행할 불교식 장례 행사다.
최근 일본에서 아마존을 통한 불교식 장례 행사 주문 서비스가 소개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평소 출석하는 사찰이 없거나 사찰의 장례식 비용이 부담인 일반인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반면 일본 불교계는 전통 격식에 맞지 않고 너무 세속화, 사업화 된 발상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이다.
이날 아마존으로 스님을 주문한 사람은 올해 68세인 유타카 카이씨. 수십년전 고향을 떠나면서 그동안 불교 사찰과 거의 인연을 끊다시피 살아왔다. 그러던중 지난해 지난해 아내를 잃고 1주기 행사를 위해 스님을 초청하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 사망 1주기 행사는 아이의 첫돌처럼 반드시 지켜야 하는 예식이다. 사찰과의 인연이 끊겨 1주기 예식 절차를 고민하던 차에 카이씨는 아마존으로 스님을 통한 불교 예식을 주문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스님을 초청했다.
아마존으로 불교 예식을 주문하는 절차는 여느 물품 구입과 별반 다를것이 없다. 주문자는 여러 예식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한 뒤 쇼핑 카트에 추가하고 결제 버튼만 클릭하면 주문 완료다. 예식 비용은 일반 사찰을 통한 예식과 달리 ‘정찰제’다. 카이씨가 주문한 것과 같은 주문자의 집에서 행해지는 기본 장례식 비용은 약 3만 5,000엔, 미국돈으로는 약 344달러 정도다. 가장 비싼 비용의 예식은 묘지에서 실시되는 2차 장례식과 사후 법명 지어주기로 비용은 기본 장례식의 2배 정도인 약 6만5,000엔이다.
일본어로 ‘오보산-빈’ (Obosan-bin)으로 불리는 인터넷 불교 예식 판매 방식은 원래 영리 목적의 스타트 업 업체인 ‘민레비’ (Minrevi)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지난해 아마존을 통한 판매를 시작하기 전부터 업체는 이미 약 400여명의 승려를 모집해 자체 웹사이트를 통한 불교 예식 예약 서비스를 실시해왔다. 현재까지도 전화 주문을 받고 있는 업체는 수익의 약 30%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참여 승려에게 지불한다고 한다.
아마존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수요가 증가해 약 100명의 승려를 추가로 모집한 업체는 올해 예약 주문이 지난해보다 약 20% 상승한 약 1만2,000건이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이씨의 장남으로 지난해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수이치씨는 “비용이 저렴하고 정찰제로 운영되는 점이 장점”이라며 “일반 사찰을 통할때 얼마의 비용을 봉헌해야할 지 모
르는 부담이 없어 좋다”라고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아마존을 통한 불교 장례식 주문 이유를 밝혔다. 아마존을 통한 ‘스님 주문’ 서비스가 시작된 후 사용자와 일본 불교계의 찬반 양론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스님 주문’ 서비스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점차 사라져가는 불교 전통을 지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불교 전통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고 있는 수백만명의 일본인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불교 전통의 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기존 불교 사찰들이 각종 불교 예식을 헌금 명목의 비용을 받고 거행하는 등 이미 사업화된 지 오래라고 찬성론자들은 지적했다. 정해진 비용 금액이 없어 불교 예식을 받은 신도들은 결국 높은 금액을 ‘헌금’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존 스님 주문 서비스를 반대하는 기존 불교계의 가장 큰 우려는 세금 부과 문제다. 아마존의 경우처럼 대놓고 불교 예식을 판매하게 되면 사업으로 지정돼 정부의 세금 부
과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불교계의 지적사항이다. 결국 헌금 명목으로 공공연하게 받아오던 비용에도 세금부과 불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마존 스님 주문 서비스 이용자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기존 사찰을 통할 때보다 훨씬 간편할 뿐만 아니라 저렴한 비용과 예측 가능한 비용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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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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