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신의 성(性) 정체성을 남성 또는 여성이 아닌 '중성'(제3의 성)으로 표기할 권리를 얻은 두 번째 국민이 나왔다.
26일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타크루즈 법원은 이날 새러 켈리 키넌(55)의 요청을 받아들여 그의 성을 여성에서 '넌 바이너리'(non-binary)로 합법적으로 바꿔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키넌은 성 정체성을 남성과 여성이라는 뜻을 함축한 바이너리(binary)가 아닌 제3의 성으로 표기할 수 있게 됐다.
'non-binary' 표기권을 승인받은 미국 국민은 지난 6월 오리건 주 법원에서 최초로 이 자격을 얻은 성전환 여성 제이미 슈프(52)에 이어 키넌이 두 번째다.
남성 염색체를 지니고 태어났지만, 여성 외양의 스와이어 증후군을 보인 키넌은 2차 성징 등이 시작되는 사춘기를 겪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생식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수술 당시 자신의 성에 대해 부모나 의사에게서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키넌처럼 중성으로 태어난 아이의 부모들이 대부분 상의 없이 자녀의 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평생을 여성으로 살아온 키넌은 7년 전 내분비학자와의 상담을 통해 중성으로 태어난 사실을 확인했다.
오리건 주에서 슈프의 역사적인 승리 소식을 접하고 자신감을 얻은 키넌은 8월 초 제3의 성으로의 성 교체를 추진했다.
키넌은 판사와의 논쟁을 예상하고 각종 의료 자료 등을 지참한 채 이날 법원 청문회에 참석했으나 로버트 에이택 판사는 의외로 성 표기 교체를 쉽게 승인했다.
키넌은 "이번 일로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젊은 중성 친구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었다"면서 "중성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원하는 사람은 '제3의 성'이라는 용어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NBC 방송은 소개했다.
슈프는 법원의 판결 석 달이 지났으나 자신이 원하는 성 표기(they)가 적힌 여권이나 운전면허증을 받지 못했다.
키넌의 법률대리인인 토비 애덤스 변호사는 "캘리포니아 주는 거대한 관료 사회를 지닌 큰 주(州)"라면서 "법원의 명령에 따라 키넌이 운전면허국에서 성의 교체를 요청할 수 있지만, 운전면허국이 이에 반대한다면 중성 표기 법제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NBC 방송은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앨러미다, 샌타클래라, 새크라멘토 등에서 5명이 수 주일 내로 법원에 중성 표기를 신청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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