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늦기 전 평소 표현못한 감정 글로 전달하기
▶ 한 노인병 전문의, 생애 마지막 손편지 쓰기 운동
‘공수래공수거’. 빈 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다 맞는 말은 아니다.
인생을 살면서 적어도 하나 얻거가는 것이 있다. 바로 후회. 죽음을 앞두고 후회썩인 탄식을 쏟아 내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있다. 어차피 후회뿐인 인생이라지만 이 후회를 조금이라도 덜어보자는 뜻에서 ‘생애 마지막 손편지’ 쓰기 운동이 한 노인병 전문의에 의해서 시작됐다.
노인병 전문의라는 특성상 주로 노인 환자들과 그들의 삶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할 기회가 많았다. 대부분의 대화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노인들의 감정은 후회가 지배하고 있었다.
깨어진 우정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의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자녀들에게 잔소리 많은 엄마, 권위적인 아빠로 기억될 것이라는 것에 대한 후회… 인생을 뒤돌아 보면서 온통 후회할 일만 남겨 놓고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 환자가 거의 전부였다. 그래서 이 의사는 노인들에게 생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도록 격려하기 시작했다.
현재 ‘스탠포드 편지쓰기 프로젝트’ (Stanford Friends and Family Letter Project)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각 주제별로 이미 준비된 편지 내용을 작성하기에 앞서 참가자들이 7단계에 걸쳐 인생을 간단히 되돌아 볼 수 있는 순서부터 시작한다. 내 생애에서 소중한 사람 떠 올리기, 가장 소중했던 순간 기억하기,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사죄하기, 나한테 잘못한 사람 용서하기, ‘감사해요’ ‘사랑해요’라고 말하기 등등이 편지 쓰기 전 편지 내용을 한번 미리 정리해보는 시간이다.
편지 기본 양식은 다양한 인종별로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영어사용이 미숙한 노인들을 위해서 8개 언어로도 양식이 준비되어 있다. 이
미 생애 마지막 편지 쓰기에 참여한 사람들의 편지 내용은 후회로 가득했지만 편지를 받는 사람에게는 감동이 아닐 수 없다.
한 환자는 부인에게 쓴 편지에서 “더 많이 사랑해 주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네”라 썼고 자식들에게 칭찬표현을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부모로서의 후회도 많았다. “아들아 전공을 바꾸면서까지 네 꿈을 실현한 것이 매우 대견스럽다” “나한테 인생은 버거운 짐같았는데 너는 그 장애물들을 모두 극복했구나” 등 자식과 얼굴을 맞대고 하지 못한 말들 글로 풀어낸 부모들도 많았다.
사죄와 용서의 내용도 주를 이뤘다. 한 아버지는 딸에게 “네가 자랄 때 네 곁에서 있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삶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혼을 선택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라며 편지를 통해 용서를 빌었다. “당신이 나한테 빌려간 돈 아직 잊지 않아요. 그러나 이제 당신을 용서하고 빚장부에서 당신을 지울겁니다”라는 결단력 있는 용서의 편지도 있었다.
작성된 편지는 수신자에게 즉시 전달될 수도 있고 아니면 개인적인 장소나 가족에게 맡겨져 미래에 공개 될 수도 있다. 자신이 작성한 편지를 유산처럼 간직하며 기회있을 때마다 다시 쓰려는 참가자도 있었다.
의사가 생애 마지막 손편지 쓰기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수년전 한 환자의 죽음을 지켜보면서다.
이 환자는 해병대 참전 용사로 군인출신 답게 평생을 무뚝뚝하게 살아 온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말기암으로 병원 생활을 하는 동안 부인은 매일 면회와 침대 옆에서 시간을 보내면 함께 TV를 시청했지만 부인과 대화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병세가 악화되자 죽음을 직감했는지 환자는 입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는데 대화 상대는 담당 의사였다.
그의 대화 내용 역시 후회로 가득했다. 부인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것, 아버지를 따라 해병대에 입대한 아들을 칭찬해주지 못한 것 등에 대한 후회였다.
그날 오후 의사는 부인과 아들에게 환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전했는데 반응은 의외였다. 평생을 감정 표현없던 사람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의사는 환자가 직접 작성한 편지를 캠코더로 촬영해 부인과 아들에게 증명이라도 하듯 보여줬고 결국 부인과 아들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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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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