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 바텐더의 칵테일과 사우나까지
▶ 티베트계 미국인 모녀의 유목민 위한 장기 프로젝트 캠프 운영으로 유목민 취업 ‘직물 워크숍’ 경비 조달

세계에서 가장 검약한 지역 중 하나인 티베트 고원에 세워진 럭셔리 리조트 ‘노든 캠프’
티베트 고원에 세워진 캠프사이트‘노든’은 바람이 휘몰아치는 초원을 가로질러 야크 떼를 몰고 다니는 유목민들의 검소한 텐트 집들과는 많이 다르다. 야크모직으로 만든 텐트와 캐빈에는 목재바닥이 깔렸고 주문 제작된 펠트 담요들이 제공되며 뜨거운 물 샤워도 갖추어져 있다. 블론드 빛깔 목재 가구들로 새로 꾸민 라운지에선 미국인 바텐더가 ‘클라우디 노마드’ 라는 이름의 칵테일을 만들어 준다.

아내와 함께 노든 캠프를 운영하는 이담 크얍(왼쪽)이 게스트들과 저녁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캠프 내의 스토어. 캠프의 수익으로 운영되는 직물공장에서 만든 제품들을 판매한다.
금년엔 요가센터를 오픈하느라 공동 다이닝홀을 두 배로 확장했다. 바로 옆엔 사우나도 있다.
뭐랄까, 세계에서 가장 검약한 지역의 하나로 꼽히는 티베트 고원에선 튀어도 한참 튀는 ‘노든 캠프’는 중국이 통치하는 티베트 지역에 첫 번째로 세워진 ‘글램핑’ 사이트다. 럭셔리한 캠핑을 뜻하는 ‘glamorous camping’의 합성어다.
“고급시장에 이곳을 알려 적절한 고객들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고 남편 이담 크얍(34)과 함께 캠프를 운영하는 데첸 예시(34)는 말한다. “우린 스스로에게 묻곤 하지요 : 럭셔리란 어떤 것일까?”캠프는 티베트인들이 ‘암도’라고 부르는 지역에 이담의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집 근처 노란색 야생화들을 밀어낸 곳, 1만 피트 이상의 고지대에 세워졌다. “주위에 아무 것도 없는 이곳 한복판에 캠프장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고 데첸은 말한다.
노든 캠프는 이 지역 유목민들의 보다 안정된 생계를 위해 티베트계 미국인 모녀가 구상한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코네티컷 대학을 졸업한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딸 데첸 예시와 바사칼리지를 졸업하고 버지니아 대학에서 티베트불교학 석사과정을 밟은 어머니 킴 예시 모녀다.
예시 일가는 인도북부 티베트인들의 망명지 다람살라 출신이다. 그곳에서 1951년 중국의 티베트 점령이후 티베트 탄압정책에 대한 암울한 이야기들을 무수히 들으면서 성장했으나 그들은 중국통치 하에 있는 티베트 지역에 들어가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할 수 있는 것만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곳 주민들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고 그들의 문화를 보존시킬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라고 킴 예시는 말했다.
킴은 직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직물비즈니스는 생계 해결과 함께 고유의 문화 보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특히 야크 털 직물에 집중했고 딸 데첸도 어머니의 아이디어에 적극 찬성했다.
미국에 거주하던 모녀는 캄보디아, 네팔, 인도 등을 여행하며 직물에 관한 훈련부터 기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를 취합했으며 2톤의 야크 털을 구입해 한 친구의 직물 워크숍에서 피륙으로 짜내기도 해보았다. 2006년 데첸 예시는 직물 워크숍을 설립했다.
타이밍도 좋았다. 금년 7월 인근 목초지는 과잉 방목으로 마치 면도라도 시킨 듯 헐벗은 상태가 되었다. 유목민들은 더 이상 방목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었고 중국정부는 유목민들이 반발하는 재정착 빌리지 강제입주 정책의 당위성을 내세우던 때였다.
젊은 티베트인들은 더 이상의 유목민생활을 싫어했다. 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특히 더 그랬고 이들에게 직물 워크숍 취업은 새로운 탈출구였다. 예시모녀의 장기적 목표는 티베트 고원 곳곳에 유목민의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직물 비즈니스 등이 생겨나도록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데첸이 메인 타운에 세운 카펫 제작소는 노든 캠프와 함께 예시 일가가 운영하는 이 지역의 최신 비즈니스로 꼽힌다. ‘놀하’라고 부르는 직물 비즈니스는 주로 인근 마을의 여성들인 120명을 고용하고 있다. 가족이 모여 살면서 생계도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가 창출된 것이다.
이곳에서 야크의 털로 만든 직물은 뉴욕과 파리 등 서구 도시들과 온라인에서 판매되며 노든 캠프의 스토어에도 전시되어 있다. 반짝이는 푸른 숄, 부드러운 스카프와 하얀 십자가 문양의 베개 카버, 티베트의 전통 디자인을 담은 것들이다.
노든 캠프는 예시 일가가 이 지역의 핵심 사업인 직물 비즈니스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오픈한 것이다. 데첸의 남편인 이담의 프로젝트인데 그도 이곳 주민은 아니었지만 조상이 이곳에 살았다는 배경 덕에 이곳 부지 10년 임대를 보장받았다.
캠프의 게스트들은 다양하다. 베이징에서 딸과 딸의 친구들을 데리고 온 패션·출판 사업가, 광저우에서 온 디자인 교사들, 그리고 붉은 로브를 입은 티베트의 승려들도 있었다.
캠프의 종업원 20여명은 대부분 로컬 유목민들이지만 미국인들도 몇 명 섞여 있다. 그중 한 명이 음식 책임자와 바텐더를 겸하고 있는 앤디 나트다. 부탄의 리조트에서 일하다가 이곳으로 온 앤디나 프론트데스크 매니저로 일하는 유목민 가정의 잠양(30)이나 모두 노든 캠프에서 일하는 것이 꽤 만족한 모습이다.
“자연 속에 파묻힌 환경 때문에 일하는 게 즐겁다. 초원에서 자란 내게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고 16세부터 영어를 배우려고 집을 떠나 돌아다녔다는 잠양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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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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