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역사 쓴‘골프여왕’박인비, 할아버지와 뜨거운 포옹
▶ 부상-슬럼프 딛고 금의환향“도쿄서 2연패 도전도 가능”

박인비가 22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뒤 할아버지와 뜨겁게 포옹하고 있다. <연합>
“고생했다. 내 손주…”
이른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나온 박병준(84)옹은 손녀 박인비(28)를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화려한 카메라 플래시와 취재진의 질문 세례에 “고생했다. 고생했어”를 되뇌며 손녀를 바라봤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박인비는 금메달을 할아버지 목에 걸어드린 뒤 다시 한 번 두 팔을 벌려 안아드렸다.
23일 귀국한 박인비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골프 우승은 할아버지의 눈물만큼 감동적이었다. 올 시즌 초반 왼손 엄지 부상 탓에 부진의 골이 깊어졌고 계속 부진이 이어지자 일각에선 대표팀 자리를 다른 선수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올림픽 출전조차 불투명했던 상황이었으나 박인비는 ‘골프여왕’의 저력을 발휘하며 2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5타 차로 따돌리고 116년 만에 올림픽에서 열린 여자골프에서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까맣게 탄 남편, 남기협 씨와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인비는 “한국 시간으로 새벽에 경기를 치렀는데, 많은 분이 응원을 해주셔서 힘이 됐다”라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박인비는 우선 손가락 상태에 관해 가장 먼저 답변했다. “원래 손가락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한 달 동안 훈련만 해 재활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인비는 밝은 표정으로 답했지만, 왼손 엄지 통증은 그에게 꽤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올림픽을 앞두고 점검 차 참가한 마지막 대회인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컷오프를 당했다. 국내 대회에서 박인비가 컷오프된 것은 처음이었다. 손가락 부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인비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삼다수 대회 이후 많은 점을 변화시켰다. “다시 마음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무엇이 부족한지 깨달았다. 날카로운 샷이 안 나왔는데, 어떻게 감을 살릴 수 있을까 연구했다”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삼다수 대회까지 했던 손가락 테이핑도 떼 버렸다. 그는 “테이핑을 한 채 경기를 치르다 보니 예리한 부분이 떨어졌다”라면서 “통증이 느껴지더라도 1주일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올림픽 직전에 테이핑을 뗐다”라고 말했다.
부진의 늪에서 결심한 변화의 순간, 박인비는 남편 남기협 씨에게 많은 용기를 받았다. 박인비는 “부상 문제로 스윙에 지장을 받다 보니 남편과 함께 자세 교정에 나섰다”라면서 “스윙(폼)을 약간 틀었다. 바뀐 폼으로 퍼트에서도 좀 더 나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다시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줬다.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라고 덧붙였다. 박인비는 남편의 응원을 받으며 올림픽이 주는 중압감을 이겨냈다.
그는 리우올림픽에서 줄곧 선두 자리를 지키며 안정적인 플레이를 했다. 그는 “올림픽 매 라운드에서 압박을 받았다. 매 순간 메이저 대회 마지막 조로 경기하는 것 같은 압박감이 들더라”라며 “가장 힘든 경기였다”라고 밝혔다.
박인비는 18번홀을 끝내고 두 팔을 치켜들어 기쁨을 표현했다. 평소 박인비는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포커페이스’로 유명하다. 이례적인 세리머니에 대해 “고생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라며 “한국을 대표한다는 부담감을 견뎌 자랑스러웠다. 그동안 나, 박인비를 위해 한 경기는 많았지만, 이번엔 조국을 위해 경기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향후 일정을 묻는 말에 “에비앙 챔피언십에 나가고는 싶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라며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겠다. (손가락) 경과를 보고 복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 의지에 대해서도 밝혔다. 박인비는 “도쿄올림픽 출전을 장담하지는 못하겠지만, 만약 그때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면 올림픽 2연패는 좋은 목표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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