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곳곳에 넘쳐나는 인파
▶ 마치 놀이공원 연상시켜
곧 70세를 앞두고 있는 크리스틴로말리우스키씨는 생애 첫 요세미티 공원 방문을 앞두고 기대반, 설레임반의 나날이었다. 평소 사진에서 본 것처럼 드넓은 목초지에 사슴과 다람쥐가 뛰어다니고 아기곰이 나무를 타는 풍경만 상상하면서 남편과 함께 뉴올리언스에서 요세미티로 장거리여행을 떠났다.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부부가 맞닥뜨린 것은 사슴과 다람쥐가 아닌 곳곳에 넘쳐나는 관광객들의 인파.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물가에서 고무 보트 놀이를 할 줄이라고 상상도 못했다”는 부부는 “곳곳에서 쉴 새없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사람들때문에 기대했던 자연의 고요함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에 당시 경험을 떠올렸다.
지난 1세기동안 도시의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안정과 평온을 선물해준 요세미티 공원이 사시사철 끊임없이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넘쳐나면서 현재 심한 몸살중이다. 신이 빚은 자연 경관을 보며 탄성을 연발하던 관광객들의 입에서는 이제 넘쳐나는 인파에 대한 불평의 소리만 터져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올해 요세미티를 찾는 관광객 수는 지난해보다 약 40만명이 늘어난 약 420만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공원 개장이래 지난해까지 요세미티를 찾은 발길은 사상최고인 약 3억7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방문객 수는 2014년에 비해 약 4% 증가한 숫자로 올해는 더 많은 숫자가 공원을 찾을 것이 확실하다. 올해는 공원 개장 100년을 맞이하는 해인데다 경제 사정이 나아졌고 개스 가격도 저렴해 관광객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졌기 때문이다.
공원은 이미 시장바닥처럼 북새통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공원측은 올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광객 숫자에 비상이 걸렸다. 연휴나 휴일 등 방문객이 몰리는 날은 공원 입장 도로가 마치 대도시 프리웨이를 연상케할 정도로 차량 정체 현상이 심각하다. 힘겹게 도착한 공원에서도 주차공간을 찾기 힘들뿐만 아니라 콩나물 시루 셔틀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이미 자연을 감상할 힘이 다 빠져버린다. 대자연의 경관만큼이나 장관인 것은 화장실 앞에 길게 늘어선 줄. 캠퍼들로 북적대는 날은 지정 장소 외에 텐트를 치는 일도 이제 일상화가 됐다. 인력이 부족한 공원측이 어떻게 해볼 도리조차 없다.
문제는 공원을 찾는 대다수의 관광객들이 ‘가는 곳’만 찾는 다는 것이다. 요세미티 공원은 장장 약 1,169평방마일을 자랑하는 대규모 자연 공원이다. 그러나 공원측에 따르면 관광객들의 발길이 집중되는 곳은 약 7평방마일에 달하는 ‘밸리 플로어’(Valley Floor) 지역이다. 약 95%에 달하는 방문객이 밸리 플로어 지역에만 머물다가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이곳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공원측의 설명이다.
그중에서도 관광객들의 불평이 집중되는 곳은 셔틀 버스다. 샌디에이고에서 공원을 찾은 마리아 브리스노는 셔틀 버스와 관련된 불편한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침 일찍 가족들과 함께 이미 승객으로 가득찬 셔틀 버스에 올라탔는데 사람들이 꾸역 꾸역 올라타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고령의 할머니가 승객들로 꽉 찬 셔틀 버스안에서 무사하실까 하는 걱정과 함께 다음 행선지에 겨우 도착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과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라구나 힐스에 거주하는 맥더빗 부부 역시 과거와 사뭇 달라진 공원 풍경에 실망했다. 예전에 공원을 찾았을 때만해도 행선지까지 직접 운전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지만 이번 방문때는 차를 주차하고 셔틀 버스로만 이동해야 했다. 행선지로 가는 길이 차량으로 꽉 막혀 있는 모습이 마치 교통정체 현상으로 악명 높은 405번 프리웨이를 연상케 했다고 부부는 기억했다.
요세미티를 비롯, 그랜드 캐년, 자이언 캐년, 옐로스톤 등 유명 공원을 찾는 관광객 숫자가 통제 불능상태에 이르자 일부 공원은 입장객 숫자를 제한하는 방침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객들의 공원 행동규정을 강화하겠다는 공원도 있는데 대부분 동물 보호를 위한 목적이다. 작년 옐로스톤 공원에서만 약 5만2,000건의 경고장이 방문객들에게 발부됐다. 대부분 곰, 사슴, 들소 등 야생 동물 출몰에 가까이 가려다 받게 된 경고장들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심각한 위반, 반복 경고 등의 행위가 적발되면 경범죄에 해당, 5,000달러 미만의 벌금을 받게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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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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