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보디캠 착용 확대·백인 인식 변화는 긍정적 부문

2년 전 마이클 브라운의 사망 후 약탈과 방화에 따른 소요사태가 발생한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 [AP=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국 흑인 민권 운동을 촉발한 퍼거슨 사태가 9일 2주기를 맞았다.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인근 소도시 퍼거슨에서 2014년 8월 9일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관 대런 윌슨의 무차별 총격에 목숨을 잃은 뒤 경찰의 과잉 공권력 사용 방지와 사법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미국 전역에서 분출했다.
퍼거슨 사태를 기점으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는 슬로건이 흑인 민권 운동의 전면에 등장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브라운의 유족과 수백 명의 추모객은 이날 브라운이 쓰러진 퍼거슨 시 캔필드 드라이브에 모여 묵념하고 그를 기렸다.
브라운의 아버지인 마이클 브라운 시니어는 "유족과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슬픈 날"이라면서 "아들은 가족을 하나로 모으고, 흑인을 대우하는 경찰의 방식이 옳지 않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렸다"고 추모했다.
세인트루이스 대배심은 윌슨 경관을 기소하지 않았다. 미국 법무부도 정당방위를 인정해 윌슨 경관에게 살인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후에도 브라운처럼 특별한 사유 없이 경찰의 무자비한 총격에 숨진 흑인들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경관을 살인죄로 기소하고 이들에게 유죄 평결을 내리는 일이 난관에 봉착하자 BLM은 '정의 없이 평화 없다'며 책임자 처벌과 사법시스템 개혁을 정조준했다.
21세기 흑인 운동의 진앙 격인 퍼거슨에선 브라운의 사망 이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흑인만을 겨냥해 가혹하게 법을 집행해 온 퍼거슨 시 정부·경찰·법원의 적폐가 연방 법무부의 조사로 드러나면서 퍼거슨 시는 외부에서 새 경찰서장을 영입하는 등 대대적인 경찰 개혁에 착수했다. 지난해 선거를 통해 전체 7명의 시의원 중 1명이던 흑인은 3명으로 증가했다.
브라운의 사망은 시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흑인을 위한 빈부 격차 해소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 해결 노력으로 이어졌다.
뉴욕 매거진이 퍼거슨 사태 2주기를 앞두고 지난달 조명한 그간의 변화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섞여 있다.
미국 전역의 경찰서가 경관의 몸에 장착하는 보디캠을 널리 보급한 것은 긍정적인 부문에 속한다.
지난해 상반기 보디캠에 녹화된 경찰의 총격 건수는 34건에 불과했으나 올해 같은 기간엔 63건으로 늘었다. 미국 경찰서의 95%가 조만간 보디캠 보급을 완료할 예정이다.
총격 사건에 연루된 경관을 기소하는 사례도 잦아졌다. 총격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동영상이 경관 기소에 결정적인 노릇을 했다.
그런데도 기소된 이들이 유죄 평결을 받는 일은 드물다. 호송 중 과잉 진압으로 척추에 중상을 입혀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를 죽음으로 내몬 볼티모어 경찰 6명이 법의 단죄를 받지 않고 전원 풀려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흑인도 백인과 동등대우를 받는 쪽으로 나라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백인이 2014년 39%에서 2015년 53%로 증가한 것, 다수의 경찰서가 묵시적인 편견을 줄이려는 경관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는 대목이다.
흑인의 민권 문제를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어젠다로 끌어올린 BLM은 이달 초 단체 결성 후 처음으로 사법시스템 개혁과 경찰 치안 유지 방법 개선을 골자로 한 6개의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런 좋은 흐름에도 경관의 총격에 사망하는 민간인이 되레 느는 추세라는 사실은 그늘처럼 어두운 구석이다.
정확한 연방 통계 자료는 없지만,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 등 미국과 영국의 유수 언론이 퍼거슨 사태 후 경찰에 피살되는 민간인의 숫자를 날마다 집계한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 현재 올해 경찰의 총에 사망한 미국민을 579명, 가디언은 이보다 많은 647명으로 추산했다.
미국 대선 분석 사이트이자 사회문제 통계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이트'도 퍼거슨 사태 전후와 비교해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은 민간인의 수는 올해 전반기에 500∼600명 사이로 별로 바뀌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미국 인구의 13%에 불과한 흑인이 사망자의 30%를 차지하는 인종적 불균형엔 변함이 없다.

퍼거슨 사태 1주기 집회 후 경찰에 체포되는 시위대 [AP=연합뉴스 자료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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