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슬림 미군 전사자 부모비하·친러시아 발언
▶ 민주당·힐러리 공세 매케인까지 가세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달 29일 콜로라도 캐슬락에서 열린 캠페인에서 안고 있던 어린이가 울자 따라 우는 표정을 짓고 있다. [AP]

트럼프 부인 20년 전 누드사진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의 본선 대결이 시작되자마자 ‘무슬림 비하’ ‘친 러시아 발언’이라는 이중 악재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7월18∼21일)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하는 듯했으나, 뜻하지 않은 거듭된 ‘실언’으로 클린턴에게 공격을 빌미를 제공한 것은 물론 당내 주류 진영으로부터도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더욱이 민주당 전당대회(7월25∼28일) 직후 클린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판세가 1주일 만에 다시 열세구도로 돌아선 데다가, 경선 경쟁자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핵심 참모 샐리 브래드쇼가 트럼프 대신 클린턴 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탈당하면서 대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진 형국이다.
먼저 트럼프는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클린턴 지지 연사로 나선 무슬림계 미국인 변호사 키즈르 칸 부부의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무슬림 비하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했고, 1일 현재 이에 대한 후폭풍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대선판이 출렁이는 형국이다.
키즈르 칸이 전당대회 연설에서 2004년 이라크에서 복무하다가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아들 후마윤을 거론하며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금지 정책을 비판할 당시 무대 위에 있던 그의 부인이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을 두고 트럼프가 “어머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여성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이슬람 전통 때문에)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 말이 논란을 촉발했다.
클린턴과 민주당이 이를 고리로 즉각 트럼프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가운데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과 베트남 참전용사이자 공화당의 핵심 인사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도 이날 비판대열에 동참했다.
라이언 의장실은 이날 라이언 의장이 오른손에 작은 헌법 소책자를 든 사진을 홈페이지 ‘반드시 봐야 할 7월의 사진들’ 코너에 공개했다. 라이언 의장이 트럼프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무슬림 비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라이언 의장은 전날에도 성명을 통해 “많은 무슬림계 미국인이 군대에서 용감하게 복무했고 희생을 했다”면서 “(후마윤) 칸 대위가 바로 그런 용감한 군인의 한 사례다. 칸 대위와 가족들의 희생은 항상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매케인 의원도 성명에서 “트럼프는 최근 며칠 동안 미군 전사자 부모들을 헐뜯는 언급을 했다”면서 “그의 발언은 공화당은 물론 공화당 지도부, 공화당 후보들의 시각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 상이군인회’(DAV) 연례행사에 참석 가세했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트럼프와 나는 후마윤이 미국의 영웅이고, 다른 전사자 가족과 마찬가지로 후마윤의 가족도 모든 미국인이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트럼프의 발언을 옹호하면서 오히려 키즈르 칸을 공격하는 강경 지지자도 없지 않다.
트럼프 캠프의 네거티브 전문가인 로저 스톤은 트위터에서 “‘미스터 칸’은 무슬림 아들을 잃은 단순한 ‘슬픈 아버지’를 넘어 힐러리를 돕는 ‘무슬림형제단’의 요원”이라고 말했고,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매케인의 트럼프 비판에 대해 그가 자신의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그런 발언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두둔하는 듯한 트럼프의 발언도 역풍이 거세다.
트럼프는 전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과 관련, “내가 들은 바로는 크림반도 사람들은 차라리 러시아에 속해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인정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도 해석될 수 있는 발언으로, 이는 미국은 물론 유엔 등 국제사회의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다. 공화당 일부 고위 인사들도 현재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을 ‘침략’으로 간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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