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니 샌더스(버몬트) 연방 상원의원 지지자들이 26일 필라델피아 민주당 전당대회장 앞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거짓말쟁이로 묘사한 대형 사진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AP]
▲필레델피아 또 새 역사 써
민주당 전당대회 개최지인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가 26일 미국에서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썼다.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채택한 장소로서 미국 역사에 길이 남는 것은 물론, 사상 최초의 주요 정당 여성 대통령후보의 탄생을 지켜본 곳이라는 크나큰 기념비를 세웠다.
필라델피아시 정부 자료를 보면 미국 5위의 대도시인 이곳은 미국 역사에서 깊고도 많은 발자국을 남긴 장소다.
독립선언이 이뤄지기 2년 전인 1774년 필라델피아에서는 제헌의회가 열렸고, 독립전쟁 때는 영국에 대항한 미국 독립군의 중심 도시 노릇을 했다. 1790년부터 1800년까지 필라델피아는 미국의 임시 수도 역할도 했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강한 상징성을 갖는 만큼, 양대 정당의 전당대회가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횟수만 해도 공화당이 6번, 민주당이 올해까지 3번에 이른다. 진보당이나 휘그당과 같이 명맥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던 정당까지 합하면 12번이다.
필라델피아의 지리적 조건이 갖는 정치적 의미 또한 가볍지 않다.
브루킹스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필라델피아를 포함한 펜실베니아주는 최근 미국에서 비교적 경제발전 속도가 빠르고 활동 역시 활발한 뉴저지 등 동부 해안 지역과 오하이오 같은 중부 지역을 연결하는 일종의 가교역할을 한다.
여기에 최초의 여성 대선후보가 탄생한 곳이라는 이름표까지 더해짐에 따라, 필라델피아가 미국 정치에서 갖는 입지는 더욱 커지게 됐다고 미국의 정치 분석가들은 내다봤다.
▲ 총격 희생자 어머니들 연단에
민주당의 26일 이틀째 전당대회에는 총격사건으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이 잇따라 연단에 올랐다.
잇단 총격사건으로 총기규제 논란이 대선판을 뜨겁게 달구는 가운데 총격사건 희생자 어머니의 육성을 통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총기규제 강화정책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전미총기협회(NRA)의 공식 지지를 받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뚜렷이 대비되는 대목이다.
7명의 찬조연설자들은 대개 백인 경찰이나 백인 남성의 총격으로 숨진 흑인 청년의 어머니다.
2014년 7월 뉴욕 시내 길거리에서 담배를 팔다 백인 경찰의 목조르기에 사망한 흑인 에릭 가너의 어머니, 그해 8월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의 어머니가 나섰다.
또 2014년 4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백인 경관의 총격을 받고 숨진 돈트레 해밀턴의 어머니, 2014년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한 주유소에서 40대 백인 남성의 총격을 받고 숨진 조던 데이비스의 어머니, 2013년 1월 일리노이주 시카고 남부에서 폭력조직의 총에 맞아 숨진 여고생 하디야 펜들턴의 어머니, 지난해 7월 텍사스주 헴스테드의 월러카운티 교도소에서 의문사한 흑인 여성 샌드라 블랜드의 어머니도 연단에 섰다.
▲클린턴 비호감도 높아
민주당의 사실상의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비호감도’가 그녀의 정치인생 24년만에 정점을 찍은 것으로 26일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자신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되는 필라델피아 전대에 즈음해 나온 결과여서 ‘힐러리 캠프’는 비상이 걸렸다.
갤럽이 민주당 전대를 앞둔 지난 16∼23일 전국 성인 남녀 3,54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비호감도는 57%를 기록했다.
반면 호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38%에 그쳐 2년 전의 55%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한 달 전의 41%에 비해서도 3%포인트 하락했다. 그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이메일 스캔들’의 불기소로 인한 역풍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갤럽은 “긍정적 이미지가 반드시 대선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과거 3명의 민주당 대선후보 중 2명이 호감도가 50%를 넘었지만 결국 패했다”고 덧붙였다.
갤럽은 “클린턴 전 장관의 경쟁자인 트럼프 역시 인기가 없는 점도 많은 유권자로 하여금 그나마 비호감도가 덜한 후보를 선택하는 독특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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