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쿠바로 여행하려면 아직은 미국 여객기가 취항하지 못하기 때문에 멕시코의 칸쿤이나 멕시코시티에 가서 쿠바여객기로 갈아타야 한다. 쿠바에서는 영어가 안 통한다. 쿠바의 인상은 아바나 공항에서부터 시작된다. 옛날 우리나라 김포 공항만큼 초라한데 여행 보따리가 5분 간격으로 하나씩 떨어진다. 비행기에서 컨베어 벨트로 화물을 나르지 않고 인부들이 직접 나르기 때문이다. 운 나쁘면 짐 찾는데 2시간이나 걸린다.
아바나 시내에 들어서면 건물들이 총천연색이다. 백년, 2백년 넘은 스페인풍의 건물들이 빨강, 파랑, 노랑, 핑크,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수리를 하지 않아 로마의 유적지 뒷골목을 걷는 기분이다. 창문에는 빨래들이 널려있고 내부가 빈민화 되어있다.
아바나 거리에는 온통 1940-50년형의 미국 쉐볼레, 포드, 뷰익, GM 차가 굴러다닌다. 부속품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쿠바인들이 철물점에서 손으로 만든다고 한다. 새 차가 드물다. 외제 새 차를 사려면 세금이 차 가격의 6배이기 때문에 미국의 2만 달러짜리 세단이 쿠바에서는 12만 달러다. 일반인은 생각도 못할 가격이다.
호텔?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요즘은 관광객이 너무 몰려 방을 구하지 못한 관광객들을 경찰이 민가에 안내할 때도 있다. 이와 같은 민박을 ‘까사’라고 하는데 보통 방 하나에 20달러 정도다. 호텔은 모두 국가경영이라 시설이 말씀이 아니다. 내가 투숙한 방은 뜨거운 물은 나오는데 찬물이 나오지를 않아 샤워를 할 수가 없었다. 호텔방을 구한 것만 다행으로 생각하고 참는 수밖에 없었다. 어떤 때는 호텔에 전기가 나가 몇 시간씩 암흑이 될 때도 있다. 쿠바가 하루 관광객 입국을 4,00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이유도 호텔시설 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쿠바관광은 이런 불편함에 묘미가 있다. 쿠바관광은 경치가 아니다. 1950년대의 세계를 다시 구경하는 낭만이다. 시간이 멈춘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과 이들의 이색적인 분위기다. 쿠바인들은 가난하게 살지만 표정이 밝고 외국인에게 친절하다. 음악만 나오면 아무 곳에서나 몸을 흔들며 살사를 춘다.
쿠바인들의 한 달 직장봉급이 얼마인지 아는가. 20달러다. 교육, 의료가 무료이고 식량은 배급제니 돈들 일이 없다. 그런데 요즘 관광객이 몰려들자 관광안내인과 호텔방 청소부 등 팁을 받는 직업이 하루에 몇십 달러씩 벌기 때문에 대학교수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관광업계에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아무나 가이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정부의 허가를 받은 사람에 한하며 코리안으로는 미주한인 마르코 원씨(60)가 쿠바 관광청과 계약을 맺고 유일하게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마르코 원씨에 의하면 미국인이 쿠바에서 생활할 경우 한 달에 300달러면 부유하게 살 수 있어 은퇴지로는 더할 나위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인 나의 눈에 비친 것은 은퇴생활이 아니라 비즈니스다. 미주한인들이 지금 이곳에 달려가 비즈니스를 한다면 무슨 장사든 성공할 것 같다. 모텔, 식당, 인터넷 관련, 건설사업 등 비즈니스 면에서는 쿠바가 원시림이나 다름없다. 미개척지다. 하다못해 10만달러 정도 부동산 투자를 해도 10년 후에는 상당한 재산을 모을 것이다. 중국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우리가 목격하지 않았는가. 1980년대 중국이 처음 개방 되었을 때와 똑같은 현상이 지금 쿠바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과의 수교 이후 쿠바는 어제와 오늘이 다를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젊은이들이여, 쿠바로 달려갈 지어다 - 쿠바는 1950년대의 한국이다. 신세계가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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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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