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한 여성환자가 심한 어지럼증 때문에 일어나기만 하면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을 했다. 검진을 해도 별로 이상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많은 검사와 뇌 촬영까지 모두 정상이었다.
환자는 상당히 불안 초조해 보였다. 환자에게 의도적으로 호흡을 빨리 반복 해보라고 하니 어지럽기 시작한다고 했다. 과 호흡증에 의한 어지럼증이었다. 어지러울 때마다 조그만 종이 봉지에 입과 코를 대고 숨을 쉬라고 했더니 환자의 증상이 놀랍게 호전되었다.
성인 다섯 명중 한명이 1년에 한번 이상은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환자에게 “어지럽다구요? 어떻게 어지러운 건가요?”하고 물으면 “선생님, 어지럼증 모르세요?” 하며 들려주는 환자의 이야기가 천차만별이다. 그 이야기를 잘 들으면 어지럼증의 원인을 구별하는데 도움이 된다.
앉아있거나 누워있을 때는 모르지만, 서 있거나 걸을 때 중심을 잘 잡지 못하고 넘어진다면, 평형 혹은 균형을 담당하는 소뇌, 대뇌 안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파킨슨병, 갑상선 기능 저하증, 당뇨합병증으로 인한 말초 신경염, 목 디스크에 의해 척추신경이 눌리는 경우에도 평형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가 있다.
쓰러지기 직전에 머리가 텅 빈 느낌이거나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면서 주변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멀게 느껴지고, 의식을 잃을 것 같이 어지럽다가 털썩 쓰러지는 경우를 실신성 어지럼증이라고 한다. 혈관에 동맥경화가 심해서 오래 서있는 경우, 심장의 부정맥으로 인하여 뇌로 가는 혈류가 부족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혈당이 갑자기 많이 떨어지거나 약을 여러 가지 복용하여 혈압이 갑자기 내려가는 경우에도 뇌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 어지럽게 된다. 불안, 초조증으로 과 호흡을 하는 경우 뇌로 가는 혈관이 수축되어 어지러워지기도 한다.
방이나 침대 아니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어지럼증도 있는데 이는 귀의 이석증 때문인 경우가 많다. 사람의 귀에는 외부의 소리를 듣는 달팽이관 외에도 회전운동을 감지하는 반고리관과 전후좌우 및 상하운동을 감지하는 전정기관이 있다.
이 중 전정기관에 있는 탄산칼슘 결정체인 이석(耳石)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 회전운동을 감지하는 세반 고리관으로 들어가게 되면 회전성 어지럼증과 멀미하는 듯한 메스꺼움, 구역질 등의 증상을 나타나게 된다. 이석증으로 어지러운 경우에는 머리를 돌려가며 이석을 제자리에 넣어주는 애플리 재활치료를 하면 좋아질 수 있다.
얼마 전 한 지인이 식사 후 의자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에 입원을 하여 정밀검사를 해보니 심장의 박동이 1분에 30번 이하로 떨어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몇 초 동안 아예 심장이 뛰지를 않는 것이 아닌가? 심장의 부정맥으로 뇌로 가는 혈류량이 부족해 쓰러지신 것이었다. 결국 심장 박동기, 페이스메이커를 달고서야 맥박이 정상으로 되어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페이스메이커란 말은 마라톤에도 있는데, 경기에서 선수의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해 주는 선수를 말한다. 우승후보를 도와주기 위해 약 30마일 가량을 제일 앞에서 달린다. 보통은 이렇게 하면 지쳐서 기권을 하거나 계속 달리더라도 뒤로 쳐져서 마치게 된다. 페이스메이커로 뛰다가 계속 앞으로 달려 우승을 한 선수들도 드물게 있으나 대부분의 페이스메이커들은 화려하지 않게 우승후보를 위해 존재한다.
인생에서도 눈에 띄지 않고 항상 2인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수없이 우리는 우승을 해야 된다고 들어왔고 그렇지 못하면 속상해하고 불행하게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다른 사람을 돕는, 우승후보를 위해서 존재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일이 많이 이루어진다.
우리 자신은 할 수 있는 만큼 성실하게 그리고 즐겁게 달리면 된다. 열심히 하다보면 혹 우승도 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할지라도 공동체가 생동감 있게 발전하도록 도와주는 페이스메이커는 분명 가치가 있다. 심장이 멈추는 것을 도와 사람을 살리는 심장 페이스메이커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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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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