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도 생리를 하는 것 같다는 연구가 발표되어 화제다. 쥐가 생리를 하는 것이 어째서 화젯거리인지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포유류는 다 생리를 하지 않나? 배란을 준비하면서 자궁벽이 두꺼워지고 배란이 되어도 수정이 되지 않으면 두꺼워졌던 자궁벽이 벗겨지고 새로운 조직으로 다시 두꺼워지는 배란 주기의 끝이자 시작이 생리이다. 자궁을 가지고 있는 포유류라면 모두 생리를 하는 것이 마땅할 터이나 막상 생리를 하는 동물은 드물다. 인간은 유별나다.
인간의 태아는 포유류 중에서 가장 긴밀하게 엄마와 연결되어 있다. 이 깊숙하고 긴밀한 연결은 엄청난 자원을 들여서 만들어지는 인간의 태아에게 영양분을 전달하기에 최적화되어있다. 임신 상태가 계속되면서 태반은 크고 두꺼워진다. 태아와 엄마 사이에는 혈관벽이 한 겹만 놓여있다. 태아의 혈관과 엄마의 혈관이 나란히 있어서 영양분을 주고받는 경우에는 영양분이 혈관벽 두 겹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 태아의 혈관은 엄마 핏속에 그대로 잠겨있는 형상이다. 그래서 엄마 핏속의 영양분이 태아 혈관벽 한 겹만 통과하면 곧바로 태아 핏속으로 이동한다.
태아와 엄마 사이에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기초공사를 해두는 것이 배란을 앞둔 배란기의 자궁벽이다. 그만큼 두껍고, 그만큼 벗겨지는 양도 많다. 인간의 태아가 이렇게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두뇌 용량의 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간 신생아의 두뇌 용량은 약 450cc 인데, 이는 침팬지 어른의 두뇌 용량과 맞먹는다. 침팬지가 자라나면서 완성할 만큼의 두뇌 용량을 인간 아기는 자궁 속에서 이미 만들어 가지고 태어난다. 당연히 엄청난 양의 영양분이 필요하다.
정성 들여 두꺼워진 자궁벽은 임신이 되지 않으면 밖으로 흘러 나간다. 기껏 폭신폭신하게 공들여서 쌓아놓은 ‘피 같은’ 조직인 자궁벽을 대부분의 포유류는 재활용한다. 몸속에서 재흡수하거나 흘러나온 조직을 섭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재활용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아깝게 그냥 밖으로 흘려버리는 인간은 유별나다.
현대의 여자는 근대 이전의 여자에 비해 훨씬 많은 횟수의 생리를 한다. 생리는 임신하는 동안 그리고 집중적 수유를 하는 동안에 멈춘다. 근대 이전의 여자는 집중적인 수유를 하고 ‘젖을 뗀’다음에 동생을 보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집중 수유를 2년하고 임신을 1년 한다고 치면 아이 한 명당 약 3년 동안은 생리를 하지 않는다. 아이를 다섯 낳는다면 15년 동안 생리를 하지 않는다.
100여 년 전만 해도 아이를 열명 낳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는데, 그럴 경우는 거의 30년 동안 생리를 하지 않는 것이다. 대략 15세부터 50세까지 35년간 재생산이 가능하다고 본다면 생리를 하는 햇수는 5년 정도일 뿐이다.
평균적으로 아이를 2명 낳고, 집중 수유 역시 1년 남짓 동안 하는 현대인은 생리를 하지 않는 햇수가 5년 미만이며 나머지 30년 동안 꾸준히 생리를 하게 된다. 그러니까 열 명의 아이를 낳아 2년씩 젖을 물리는 경우 평생 동안 생리를 50-100번 한다면, 두 명의 아이를 낳아 1년씩 젖을 물리는 경우, 평생 동안 무려 300-500번이나 생리를 하게 된다.
인간의 생리는 포유류 암컷이면 누구나가 다 하는 일이 아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머리가 엄청나게 커져 버린 인간의 아이를 낳기 위한 준비를 위해 겪는다. 한국에서 최근에 점심 먹을 돈도 없는 아이들이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아이들을 불쌍히 여겨 생리대를 보내주는 것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생리대와 탐폰의 판매세를 면제해서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인권단체의 목소리가 크다. 생리대와 탐폰을 무료로 제공하는 학교들도 있다. 인류의 진화에서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한 생리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쩌면 인류 전체가 사회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기본권 보장에 속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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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UC 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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