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사람은 보는 이의 눈에 기쁨을 주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사람은 보는 이의 영혼에 기쁨을 준다. 살아가면서 영혼에 기쁨을 주는 사람을 만나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동의 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지 모른다.
며칠 전 복용하는 약을 주문했었는데 약을 찾아가라는 연락이 왔다. 약방에 가서 약을 찾은 후 몇 가지 필요한 물건이 있어 마켓에 들렀다. 물건들을 골라 카트에 담고 계산대 앞으로 가니 계산을 하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나도 그 줄에 끼어 차례를 기다린 후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계산을 했다.
그런데 지불해야 할 금액이 내가 가진 돈보다 2달러가 초과 되어 난처한 처지가 되었다. 돈이 부족하니 사려던 물건 중에서 어떤 것을 빼야겠다고 했더니 계산대의 남자직원이 그러라고 하면서 물건을 빼내려 했다. 그때 갑자기 내 등 뒤에서 ‘No’ 하는 여자 목소리가 들리더니 2달러가 남자직원의 손에 전해졌다.
돌아보니 흑인여자였다. 번개처럼 날아온 감동에 잠시 나는 말을 잃고 서있었다. 흑인여자가 계산을 끝나기를 기다려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주소를 알려주면 우편으로 돈을 보내겠다고 했다.
흑인여자는 환히 웃으면서 “No, No”를 연거푸 말하며 “오늘 너처럼 돈이 부족한 사람이 있으면 그때 그 2달러를 쓰라”고 하더니 ‘Bye’ 하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가는 것이 아닌가. 나는 한참 서서 그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경우에 도움을 받고 은혜를 입는다. 내게 은혜를 베푼 그 여인은 도움의 은빛 천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은 항상 필요하면서도 늘 충분하지 못해 결핍감을 느끼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기 일만해도 벅차서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을 가질 여유도 없이 산다. 특히 돈 문제에서는 인정사정도 없고 의리도 없는 것이 보통이고, 다른 사람의 돈 단 1달러라도 내 주머니로 옮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
지난 시간 속에 잊을 수 없는 감동의 기억이 있다. 수술을 앞두고 수술비 걱정을 하는 딱한 지인에게 거금을 선뜻 내주던 한 여인의 모습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떠나지 않는다. 그 여인과 흑인 여자,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주는 숨은 천사들이었다. 그것은 크고 작은 배려로 세상에 밝은 빛을 비춰주는 천사의 거룩한 행위였다.
길에서 생활하는 노숙자가 자기가 얻은 빵을 다른 노숙자에게 나누어 주는 훈훈한 광경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은 이 세상에 나누어 가질 것이 없어서 못 나누어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장면이었다. 어려울 때, 더불어 사는 지혜는 배려와 역지사지의 마음이라는 가르침을 준다.
진실 된 것, 착한 것, 아름다운 것은 사람을 감동케 한다. 감동은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멋있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감동을 받으면 사람은 무엇인가 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한다. 흑인여자에게 은혜를 입은 후, 나는 그 여인의 뜻을 따르기 위해 지갑에 2달러짜리 한 장을 꼭 넣고 다닌다. 내 인생 여정에서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은빛 천사가 되어 영혼에 기쁨을 주는 존재이고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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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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