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적 사무총장은 구두선…안보리 상임이사국도 ‘강한 총장’ 회피”
유엔이 시도했으나 주요 회원국의 막후 로비로 좌절된 사안들을 열거하면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0일 반기문 사무총장의 임기 중에는 유엔 수장의 ‘권한의 한계’가 드러나는 일이 잦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유엔이 최근 예멘 내전에 개입한 국제동맹군을 아동인권침해국 명단에서 제외한 것은 사우디의 압력에 따른 고육책이었음을 공개한 반 총장의 전날 발언을 전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NYT는 “역대 유엔 사무총장은 크건 작건 회원국들의 강력한 정치적 압력에 자주 직면했는데, 반 총장의 재임기는 '불편한 타협(awkward compromises)'이 많았던 기간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위험회피형(risk-averse)인 반 총장은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자꾸 물러서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이번 ‘사우디 명단삭제’와 비슷한 건이 작년에도 있었다.
유엔 특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어린이 인권침해국 명단에 올릴 것을 권고했으나, 반발하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강한 로비로 결국 양국 모두 명단에서 빠졌다.
반 총장은 올해 초 아프리카 서사하라의 영유권 분쟁 해결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모로코의 서사하라 합병을 '점령'으로 표현했다 논란을 부른 적이 있다.
모로코가 서사하라 유엔 파견단을 철수시키는 초강수를 뒀지만, 모로코의 우방인 프랑스가 버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는 누구도 모로코에 철회를 요구하지 않았다.
반 총장의 대변인은 며칠 후 “오해가 빚어지고, 개인적인 배려의 말이 이런 결과를 불러일으켜 유감”이라고 말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NYT는 반 총장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려다 미국의 반발에 부닥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유엔은 2014년 1월 시리아 내전종식을 위한 국제평화회담에 이란 정부를 초청했으나, 미국이 강하게 반발하자 하루 만에 초청을 철회했다.
반 총장은 이때 배신감을 느꼈다고 그의 측근이 전했다.
사우디가 유엔 구호사업에 대한 재정지원 중단을 위협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명단제외 건에 대해 반 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현실'을 인정했다.
그는 “이미 위험에 처해 있는 팔레스타인과 남수단, 시리아, 예멘 등지의 어린이들이 (재정 중단으로) 더욱 절망적인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면서 “그것은 지금까지 내가 했던 것 중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NYT는 반 총장을 이을 신임 사무총장의 덕목으로 독립성, 용기가 거론되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이 신문은 “차기 유엔 수장을 사실상 뽑는 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의 다수가 강력한 사무총장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그들 역시 독립적인 사무총장 선임을 회피해왔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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