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들은 풍경사진을 찍을 때 될 수 있는 한 해 뜨는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의 황혼을 택한다. 왜냐하면 그 시간에 꽃이나 나무, 바다, 산 등이 부드러운 햇빛과 조화를 이루어 가장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식물이든 물건이든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위치와 시간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언제,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고 추하게 보이기도 한다. 특히 명성있는 사람이 자신의 유명함을 이용해 남을 속여 돈을 버는 것은 추한것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
가수 조영남이 추해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에 사는 연예인이 누구냐고 물을 때 조영남을 꼽는다. 몇 평 짜리인줄은 모르겠으나 으리으리한 모양이다. 게다가 라디오, TV에 자신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고 순회공연도 하며 가요계에서는 ‘선생님’ 소리를 듣는다.
부러울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자기가 그리지도 않은 그림을 자기가 그린 양화가 노릇을 하며 비싼 가격에 팔아먹기까지 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아니 그만큼 돈 모으고 출세했으면 됐지 뭐가 아쉬워서? 주책이다.
조수에게 지시해서 그린 그림이라고? 대학원생이 교수에게 강의 내용을 매번 지시했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앞으로 열릴 재판에서 판사가 조영남에게 화투그림을 한번 그려보라고 하면 포복절도할 장면이 벌어질 것이다.
나도 조영남의 팬이다. 그가70년대 ‘딜라일라’를 불렀을 때 홀딱 반한 사람 중의 하나다. 그런데 이번 대작사건으로 심한 배반감을 느낀다. 대작을 시킨 그 자체 보다 이를 둘러싸고 보여준 그의 삶의 자세와 인간성이다.
대작 한 점에 10만원씩 주고 사들여 수백만원, 수천만원씩에 팔아먹은 후 그 이익을 혼자 독식한 셈이다. 비정하기 짝이 없다.
조영남에게 그림을 그려준 송모화가에게 100만원씩 주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건 예술가의 갑질이요 착취다.
말은 인격의 표현이다. 그는 어떻게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느냐는 기자 질문에 “내가 생각해도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한 적이있다. 파렴치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의 양심이 어느 선상에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영혼이 없는 예술가다. 사람은 심장이 멎으면 죽지만 예술가는 영혼을 잃으면 죽은 몸이다. 검찰조사에서도 송모씨가 그린 것을 자신이덧칠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일부 대리 그림은 손 한 번 대지않고 서명만 해서 판매한 사실이 검찰 조사결과 밝혀졌는데도 말이다.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그의 인격은 썩은 달걀은 절대 병아리가 될 수 없다는 우리 속담을 생각나게 한다.
조영남 대작사건은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이 행복인 것으로 생각하는 병든 한국풍토의 단면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가치의 기준은 그가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이다.
특히 예술가는 후일 내가 어떻게 기억 되느냐가 삶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밀밭에 벼가 나면 잡초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그 또한 잡초다.
자신이 설 자리가 어디인줄 모르고 날뛰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면 잡초신세가 되는 것이다. 조영남은 더 많은 명성을 얻기 위해 남의 동네 가서 놀다가 잡초가 돼 버렸다. 인기가수도 모자라 유명화가가 되려 하다가 망신당한것이다. 71세의 고령이라 구속은 안되겠지만 인생 마지막 장에 과욕 때문에 신세를 망친 예술인이다. 노추의 본보기를 조영남이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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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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