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화후 ‘전쟁과 평화’ 주제 17분 연설…원폭 사죄는 안해
▶ 아베와 동행…한국인 ‘수천명’ 희생 거론했지만 한인위령비 찾진 않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대(對)일본 원폭 투하 후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71년만에 피폭지 히로시마(廣島)를 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2009년 프라하에서 주창한 ‘핵무기 없는 세계’를 또 한번 외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오후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헌화한 뒤 행한 약 17분간의 연설에서 “우리는 두려움의 논리를 떠날 용기를 가져야 하며, 그것들(핵무기)이 없는 세계를 추구해야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71년 전 죽음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세상은 변했다. 섬광과 화염이 도시를 파괴했다”고 원폭 투하 당시의 참상을 거론한 뒤 "인류는 스스로를 파괴할 수단을 보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곳의 모든 영혼들이 편히 쉬게 해야하며 우리는 다시 죄악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왜 우리가 이곳 히로시마에 왔는가”라고 반문한 뒤 “그들(희생자들)의 영혼이 우리에게 말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오바마는 “우리는 생명을 빼앗긴 죄없는 사람들의 존재를 잊어선 안 된다”며 “그리고 역사를 제대로 직시할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그 운명의 날 이후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선택을 해왔다”고 밝힌 뒤 “미국과 일본은 동맹 관계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우정을 키워왔다”며 적에서 동맹으로 변한 미일동맹을 강조했다.오바마는 그러나 원폭 투하에 대해 사죄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또 “우리는 10만 명 이상의 일본인 남성과 여성, 아이들, 수천명의 한국인, 십여명의 미국인 포로들을 애도한다”며 한국인 원폭 희생자들의 존재를 일본·미국인 희생자와 함께 소개했지만, 공원내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찾지는 않았다.
연설 후 오바마는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 대표위원을 맡고 있는 쓰보이 스나오(坪井直·91) 등 현장의 일본인 원폭 피해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악수하거나 포옹을 하기도 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후 미에(三重)현을 출발, 전용기와 헬기를 타고 히로시마에 도착한 오바마는 연설에 앞서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의 참상을 보여주는 평화공원내 원폭 자료관을 시찰한데 이어 위령비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이날 오바마의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일정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동행했다.
아베 총리는 오바마에 이어 행한 연설을 통해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미·일의 화해와 신뢰, 우정이란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새기는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아베는 이어 “나와 오바마 대통령은 2차대전, 원폭 투하 때문에 희생된 모든 사람에게 애도를 표했다”며 “미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세계 사람들에게 희망을 만들어내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다시 한 번 감사한다”고 말했다.
아베는 “세계의 어디서든 다시 이런 비참한 경험은 절대 반복해선 안 된다”며 “이 통절한 인식을 제대로 계승하는 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한 뒤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해 노력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미군의 원폭 투하로 1945년말까지 히로시마 주민 약 35만명 중 약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희생자 중에는 당시 일본 식민지였던 조선 출신자도 약 2만 명 포함된 것으로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은 추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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