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정받고자 하는 존경의 욕구 충족안돼 살인행위

경찰에 압송되는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피의자 조성호
무시당했다는 이유로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무참하게 살해하고 시신까지 훼손하는 끔찍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무시당하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분노가 쌓이고, 사소한 말다툼 끝에 화가 끝까지 치밀게 되지만 분노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 극단적이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존경의 욕구(Esteem Needs)'가 충족되기는커녕 큰 마음의 상처를 입는 상황이 지속하면서 억눌렸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가 제시한 '욕구 5단계설'에서 4번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데 따라 파생된 문제로 볼 수 있다.
1단계의 생리적 욕구, 2단계의 위협을 피하려는 안전의 욕구, 3단계로 소속감과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자 하는 욕구에 이어 4단계가 바로 인정받고자 하는 존경의 욕구다. 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다.
"청소를 자주 시켰다. 열 살 어리다고 평소에 나를 무시했다."
경기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피의자 조성호(30)가 경찰에서 밝힌 범행 동기다.
조씨는 올해 1월 모텔 카운터 일을 하면서 최모(40)씨를 알게 됐다.
나이 차이가 났지만, 말이 잘 통했고 생활비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함께 살았다.
함께 살다 보니 사정이 달라졌다. 어리다는 이유로 최씨가 자신을 무시하고, 폭언과 욕설을 했으며 청소를 자주 시켜 기분이 상하는 일이 잦았다.
결정적으로 최씨가 "너 같은 놈을 낳아준 부모는 다 똑같다. 내 눈에 보이면 다 죽이겠다"는 등 자신과 부모에 대해 욕설을 하자 살해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조씨는 "평소 무시를 당하는 일이 잦아 분노가 쌓였다. 사소한 말다툼을 하다가 폭행하고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시신을 화장실에 숨겨 놓고 10여 일간 조금씩 훼손해 상·하반신을 토막 낸 뒤, 렌터카에 시신을 싣고 대부도 2곳에 차례로 유기했다.

대부도에서 발견된 시신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무시를 받을 때 뇌를 촬영해보면 신체적 폭력을 당했을 때와 똑같은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그만큼 무시라는 것이 폭력성 강하다는 이야기다.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계속 받으면 억울한 감정과 함께 분노가 쌓이고 특정 정황에서 분노가 터지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분노 폭발에 따른 범죄행위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강력사건 피의자들이 자신을 무시해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한 말은 '인정욕구'에 의한 범행으로 볼 수 있지만,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고 진짜 범행 동기는 돈, 성과 같은 탐욕과 관련됐을 수도 있다"며 "억눌린 감정이 폭발해 이성적인 힘을 넘어서 자신을 화나게 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본능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많다"고 풀이했다.
대구 모 건설사 사장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로 체포된 같은 회사 전무 조모(44)씨도 '사장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수면제를 탄 숙취 해소제를 먹이고 목 졸라 숨지게 했다.

대구 건설사 사장 살해 암매장 사건 시신 수색
경찰은 수사 브리핑에서 "5∼6년 전부터 함께 열심히 일했지만,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고 무시했고, 올해 회사 사정이 좋아졌는데도 월급 인상 등 처우가 개선되지 않아 범행했다고 조씨가 시인했다"고 밝혔다.
이웅혁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벌어진 강력사건은 자신의 현실과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목표 간의 괴리에 따른 욕구 불만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본다"며 "일종의 '사회적 스트레스'인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나의 위치를 낙담하게 되고 결국 잔혹한 범죄행위로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화가 나서 도저히 참지 못하면 모멸감을 느끼고 공격적인 행동을 표출하고 모멸감을 느꼈을 경우 자존심이 상하고 정체성까지 흔들려 극단적인 범죄행위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이런 분노 표출 행동은 분노 조절 프로그램이나, 대안적인 방법으로 상담과 정신과적 치료로 나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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