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리검 영 대학, ‘윤리규정’ 위반 여부 조사
▶ 피해자들 증언 속출에 학칙개정 서명운동도
미 여대생들의 성폭행 피해 사례가 심각한 문제로 부상되고 있는 와중에서 한 유명 사립대학이 피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주, 마약복용, 혼전 성관계 금지’ 등을 명시한 학교의 윤리규정을 조사, 논란을 빚고 있다.
유타 주 브리검 영 대학(BYU)에 입학했을 때 브룩이 기숙사에 입주하기도 전에 서명해야 했던 것은 이 대학의 윤리규정(Honor Code)이었다. 한편으론 도덕적 나침반이고 한편으론 계약이기도 한 이 윤리규정은 몰몬교가 운영하는 BYU 3만명 재학생의 ‘삶의 초석’으로 간주된다. 이 규정은 학생과 교수 및 교직원들에게 순결, 정직, 선행을 중요시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서 포용되는 도덕적 가치”를 지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캠퍼스 내에서는 조신한 옷차림을 요구하면서 혼전과 혼외 성관계, 음주와 마약복용, 동성애, 부적절한 성적 행동 등을 금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2월, 당시 20세였던 브룩이 동료 남학생의 아파트에서 그에게 강간당했다고 학교에 신고했을 때 윤리규정은 그녀를 처벌하는 도구가 되었다고 브룩은 말한다. 브룩은 대학당국에 그날 LSD 마약을 복용했고 같은 학생에게 전에도 성적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성폭행을 고발한지 4개월 후 브룩은 학생처에서 편지를 받았다. 마약과 합의된 성관계로 윤리규정을 위반했으니 즉각 정학에 처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브룩과 몇 명의 성폭행 피해 여학생들이 교내 강간-인식 컨퍼런스와 솔트 레이크 트리뷴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경험담을 밝혔다. 성폭행을 고발한 후 학교당국으로부터 음주와 마약복용, 합의한 성관계 등 윤리규정 위반 조사를 받아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들은 나를 너무 비-그리스도적인 방식으로 다루었다, 마치 내가 무슨 죄인인 것처럼. 용서와 자비는 전혀 없었다” 라고 브룩은 말했다.
시애틀에서 온 19세 신입생 매들라인 맥도널드는 온라인 데이트사이트 ‘틴더’ 를 통해 ‘몰몬 신자’ 라는 한 남성을 알게된 후 핫초콜릿을 마시기로 한 가벼운 데이트에 나갔다가 산속으로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 맥도널드의 신고를 받은 학교당국자는 성폭행 조사를 하는 한편 맥도널드의 윤리규정 위반 조사에도 착수했다. 순식간에 마치 자신이 용의자가 된 것처럼 느꼈다고 맥도널드는 말했다.
“이곳 BYU는 모두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주님의 학교’ 인데 내가 한 말을 인정한다는 것은 이곳이 안전치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되니까”라고 그녀는 말했다.
맥도널드는 다른 피해 여대생들과 함께 대학당국에 윤리규정 적용 사면 등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강화를 촉구했다. 이 같은 윤리규정이 성폭행 피해 신고를 꺼리게 하고 있다는 항의도 높아지고 있다. 윤리규정이 여학생들을 학교에서 내쫓길 위험에 처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경찰에 성폭행 고발 후 재판진행을 이유로 대학의 윤리규정 위반 조사를 거부한 매디 바니는 결국 다음 학기 등록을 금지 당했다.
BYU의 항의는 20세 2학년생 매디슨 ‘매디’ 바니가 지난해 9월 캠퍼스 밖 아파트에서 강간을 당했을 때 프로보지역 경찰에 신고한 후 시작되었다. 바니의 변호사는 갑자기 학교당국자가 바니에게 전화해 ‘윤리규정’ 오피스에 나와 성폭행 신고에 대해 밝히라는 통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바니 성폭행으로 고발된 나지루 사이두(39)는 경찰에 합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했으며 경찰리포트를 전 BYU 트랙코치였던 유타주 쉐리프 데퓨티에게 보여주었다. 데퓨티는 이를 학교에 알렸고 데퓨티와 사이두는 증인보복 혐의로 고발되었다가 취하되었다. 사이두는 현재 강간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BYU 대변인 캘리 젠킨스는 학교의 최우선 관심사는 학생들, 특히 피해학생 보호라면서 “성폭행 피해를 이유로 윤리규정 조사를 받는 일은 절대 없다” 고 강조했지만 “때로 조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윤리규정 이전 위반사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라고 덧붙였다.

매들라인 맥도널드는 학교 당국자가 성폭행 당했다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듯 했다고 말했다.
맥도널드는 자신이 처음 대학의 타이틀나인(성차별 금지 교육법) 오피스를 찾아가 성폭행을 리포트했을 때 코디네이터는 여학생들은 때로 합의한 성관계를 후회하며 강간이라고 주장한다고 시사하며 자신의 말을 의심하는 듯 했다고 말했다. 젠킨스 대변인은 코디네이터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교내 컨퍼런스에서 바니 등 피해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지지자들은 윤리규정의 면제조항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였는데 11만3,000명이 서명했다.
학교당국은 맥도널드가 성폭행 피해를 당했으며 윤리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지었다. 컴퓨터공학 전공인 맥도널드는 끔찍한 경험을 했고 “끔찍한 정책” 때문에 더 힘들긴 했지만 자신이 전부터 원했던 학교였다면서 BYU에 계속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매디 바니의 경우는 좀 다르다. 바니의 성폭행 피해 사실이 바니 자신이 아닌 데퓨티를 통해 학교에 알려진 후 학교 측은 바니에게 윤리규정 조사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바니는 아직 재판 중인 사안을 법정 밖에서 말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고 대학은 “윤리규정 이슈가 종결될 때까지” 바니의 등록을 막았다고 바니의 변호사는 전했다.
지난달 학년말 시험을 본 바니는 더 이상 BYU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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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타임스·LA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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