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범죄자 처형’·여성비하·막말…
▶ 초법적 범죄소탕으로 인기시장 대선 돌풍

’필리핀판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이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필리핀판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다바오시 시장이 필리핀 대통령에 사실상 당선됐다.
현지 ABS-CBN 방송은 9일 오후 11시20분(현지시간) 현재 약 66%의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야당 PDP라반의 후보 두테르테 시장이 1,322만 표를 얻어 집권 자유당(LP) 후보인 마누엘 로하스(58) 전 내무장관(776만 표)을 500만 표 이상 앞선 것으로 비공식 집계됐다고 밝혔다.
무소속의 그레이스 포(47) 여성 상원의원은 749만 표, 제조마르 비나이(73) 부통령은 447만 표를 각각 기록했다.
선거감시단체인 '책임있는 투표 위한 교구사목회의'(PPCRV)는 현재 두테르테 시장 득표율이 약 39%로 로하스 전 장관(약 23%)보다 16%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했다.
두테르테 시장의 승리로 사실상 결론이 나자 포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 패배를 인정했다.
두테르테 시장은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며 대통령 취임 6개월 내 범죄 근절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워 기성 정치와 범죄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인기를 얻었다.
마약상과 같은 강력범 즉결 처형 등 초법적인 범죄 소탕으로 다바오시를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만들어 '징벌자'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욕설과 여성 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현 정부와 인권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부통령 선거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58) 상원의원이 1,186만표, 여당 후보인 레니 로브레도(52) 여성 하원의원이 1,143만 표로 격차가 43만표 밖에 되지 않아 당선인을 예측하기 이른 상황이다.
가난과 범죄, 부패 등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두테르테 시장과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에 대한 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사법체계를 경시하는 두테르테 시장과 마르코스 전 대통령 계엄시절 인권유린 문제를 외면하는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이 나란히 정·부통령에 자리에 오르면 '독재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에서는 의회가 몇주간 개표 결과 확인 절차를 거쳐 대통령과 부통령 당선인을 공식 선언한다.
필리핀은 이날 정·부통령, 상원의원 12명, 하원의원 297명, 주지사 81명 등 총 1만8천여 명의 공직자와 의원을 선출하는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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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리고 두테르테
교황 향해 욕설
호주와 단교 위협
9일 실시된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다바오시 시장은 대선 초기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군소 후보였다.
강력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필리핀에서 초법적인 범죄 소탕을 벌인 그의 이력과 대통령이 되면 6개월 안에 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공약이 대선 선두주자로 올라서게 한 일등공신이다.
그는 필리핀 중부 레이테에서 태어나 다바오시에서 자랐으며 아버지는 1950년대 다바오 주지사를 지냈다.
고등학교 시절 2차례 퇴학당하고 3번째 학교에서 졸업할 정도로 반항 기질이 강한 '문제아'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필리핀 산베다대학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1970년대 후반∼1980년 중반 다바오시 지방검사로 반 범죄 전선에 섰다.
다바오시 부시장을 거쳐 1988년 시장에 처음 당선됐다. 중간에 하원의원 시절을 빼고 7차례나 당선돼 총 22년간 재직하며 범죄가 만연한 다바오시를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이자 상업도시로 변모시켰다.
그는 "다바오시가 '킬링필드'로 불릴 때 시장에 당선돼 세계에서 5번째로 안전한 도시로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또 부패 없는 '깨끗한' 행정, 실외 흡연 금지, 911 긴급서비스 센터 운영 등 사업하기 좋고 살기 좋은 도시 환경 조성을 치적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재임 기간에 사실상 암살단인 자경단을 운영하며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마약상 등 범죄자를 처형한 것으로 알려져 인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는 1,700명을 죽였다고 말했다가 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시장 재직 초기에 중국인 소녀를 유괴, 성폭행한 남성 3명을 직접 총살한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유세장에서 1989년 다바오 교도소 폭동사건 때 수감자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호주 여성 선교사에 대해 "그녀는 아름다웠다. 시장인 내가 먼저 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 이를 비판하는 호주와 미국 대사에게 "입을 닥쳐라"며 외교관계 단절까지 경고했다.
작년 1월 교황의 필리핀 방문 때 도로 통제로 교통 체증이 빚어지자 교황을 향해 욕설도 했다.
이런 거친 언행 때문에 '징벌자', '더티 해리'(부패한 상관에 맞서 범인을 끝까지 추적해 사살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필리핀판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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