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1년 마치고 군입대·결혼·가족부양…2000년 은퇴후 학업 재개

만 84세에 대학 학사모를 쓴 제리 폴라드 [ 제리 폴라드 페이스북 ]
미국의 80대 할아버지가 고등학교를 마친 지 67년 만에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영광의 졸업식’을 가졌다.
9일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이날 시카고 소재 노스이스턴일리노이대학을 졸업한 제리 폴라드(84)는 ‘인문학 학제간 연구 및 역사학’ 분야 최우등 졸업(summa cum laude)의 영광과 함께 이 학교 역사상 최고령으로 첫 학사 학위를 취득한 기록도 세웠다.
폴라드는 1949년 시카고 드폴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1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한 것이 대학 졸업까지 60여 년을 걸리게 했다.
그는 3년간 군복무를 하고 1954년 집으로 돌아왔으나 곧 결혼했고, 4남매를 낳아 키우느라 학교로 돌아갈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폴라드는 백화점 점원, 세탁소 개점, 아이스크림 소매 등을 거쳐 화물트럭 중개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먹고살만 해지니, 공부하길 바라셨던 부모님 생각이 났으나 가족 부양과 공부, 2가지를 병행할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트리뷴은 미 국립교육통계국(NCES) 자료를 인용해 “미국에서 55세 이후 첫 학사 학위를 받는 사례는 1% 미만, 첫 학사 학위 수여자의 평균 연령은 25세”라고 전했다.
은퇴를 하고 비로소 여유를 찾은 폴라드는 “50여 년 전에 했어야 할 일을 마치기 위해 학교로 돌아갈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폴라드는 2000년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하고 5년 만에 준학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노스이스턴일리노이대학에 입학한 그는 11년에 걸쳐 1학기당 1과목씩을 수강했다. 수업을 소화하고 따라가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좋아하는 책을 읽고, 자원봉사를 하고, 여행다니는 일을 병행하기 위해서였다.
폴라드는 오래전부터 기록해온 두터운 독서 목록을 갖고 있고, 도서기부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해박한 역사 지식을 바탕으로 관광 가이드도 한다. 또 틈틈이 여행 다니기를 즐겨 히말라야 트레킹도 다녀왔다.
그 사이 9명의 손주 가운데 2명이 2013년과 지난해, 할아버지에 앞서 대학을 졸업했다.
손녀딸 베카는 “할아버지는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내 나이 또래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며 “‘걸어다니는 역사책’, ‘책벌레’가 별명”이라고 소개했다.
폴라드에게 사법정책연구 수업을 가르친 팻 힐 교수는 “수업시간 중 젊은 급우들에게 당시 역사적 상황과 경험을 전해주고, 각 사안에 대한 시각도 열심히 나누는 학생”이었다고 평했다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미 전역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모였다.
폴라드는 “57년간 가장 큰 지지자였고, 오랜 여행의 동반자였던 아내 재클린이 참석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2013년 작고한 아내의 빈 자리를 아쉬워했다.
학사모를 쓰고 졸업을 했지만 폴라드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학기 ‘식민지 시대 이전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지역 역사’ 수업을 등록해놓은 폴라드는 “계속 배우고 싶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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