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백파이프·독수리뼈 플룻… 구석기시대 후 소리 기원 찾아
▶ 용의 깨어남 같은 신비한 소리, 재건 악기들로 콘서트·순회전

영국의 트럼본 연주자 잔 케니가 이탈리아 타르키니아 해변에서 카닉스를 불고 있다.
항공 엔지니어였던 76세의 피터 홈스는 런던 북부에 있는 자기 집 작은 거실에서 4피트가 넘는 스칸디나비아의 전쟁 호른을 들고 서있다. 루레(lur, 청동기 시대의 호른)라고 알려진 그 악기를 어떻게 부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알게 뭐요. 3,000년 동안 아무도 불어본 적이 없는데”
홈스는 루레를 입술 사이에 끼우고 불었다. 그 소리는 외로운 피오르드의 바이킹 전사들의 우렁찬 함성을 연상시키기보다는 혀짤배기소리를 하는 누군가의 뷔글 나팔소리 같았다.

피터 홈스가 노스 런던의 작업실에서 루레의 재현물을 만들고 있다.
고대음악 전문가인 홈스는 자신이 레지던스를 하고 있는 미들섹스 대학의 공학부와 자기 집 정원의 어수선한 오두막에서 루레와 다른 오래 잊혀진 악기들을 제작하고 있다.
그는 또한 유럽 음악고고학 프로젝트(EMAP)라는 기구의 중심인물인데, 이 단체는 고대세계의 사운드를 재창조하기 위해 2013년 400만유로(약 460만달러)를 들여 창설됐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가 올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얼마전 글래스고에서 열린 콘서트를 시작으로 6월6일에는 스웨덴 이스타드에서 순회전시가 시작된다. 또 클래식 레코드사인 델피안이 이 프로젝트와 연관된 앨범 시리즈를 발매할 예정으로, 5월에 나올 고대 스코틀랜드 음악이 그 시작이다.
영국 버밍햄에 거주하는 잔 케니는 트럼본 주자이지만 철기시대 호른인 카닉스(carnyx)도 불고 있다. 그는 고대 악기는 과거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한다.
“건물이나 옷, 언어 등을 재건축하는 특별한 기술들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술은 과거에 사람들이 살고 있던 상상의 세계로 데려다주지는 못하죠. 오직 음악만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 그는 또 “만일 칼 한자루를 재건한다 치면 살인마가 아닌 다음에야 그 물건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는 없겠죠. 그러나 악기를 재건하면 누구든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프로젝트는 절반은 유러피안 유니온에서, 나머지는 여러 단체들과 국가 기관들에서 기금을 받고 있는데 구석기시대로부터 서기 1,000년경과 암흑시대까지를 다루고 있다. 고고학자, 문헌학자, 음향전문가, 금속 기술자 등등 수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의 기술과 조언을 받으며 고대의 백파이프로부터 3만년된 독수리뼈 플루트까지의 악기들을 되살려내고 있다.(독수리뼈 플루트에 대해서는 단순히 동물들이 씹어서 구멍이 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홈스는 자신과 같은 공학자들과 열혈 팬들이 수십년 동안 고대 악기들을 재창조해왔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그가 이 분야에 진출한 것은 트럼펫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그 기원을 찾아서 더 멀리 더 오랜 역사 속으로 들어가다가 급기야 1962년에는 이집트 투탕카멘의 무덤 속에서 발견된 악기를 재건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 같은 소수의 열성팬들이나 하던 일이었는데 지금은 훨씬 더 전문적이 되었지요. 고정밀도의 공학 도구들과 3D 프린터 등 모든 첨단 도구를 다 사용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잔 케니(59)는 1990년대 초 스코틀랜드 음악학자를 통해 카닉스를 알게 되었다. 그 학자는 케니의 초기 음악에 대한 관심을 알고 찾아와 1816년 스코틀랜드 북부의 데스크포드 인근 농가에서 발굴됐으나 박물관 수장고에 처박혀있는 카닉스를 재건하는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카닉스는 길이가 6피트가 넘어서 연주자의 키보다 길고, 끝부분에 뱀이나 멧돼지의 머리 형상이 달려있어서 그 입을 여닫음으로써 소리를 내거나 막을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첫 번째 만든 것은 소리가 영 이상했다. 케니에 의하면 그것은 “사람이 불 수 없는 악기”였으며 확신컨대 당시 사람들이 사용했던 테크닉이나 오리지널 합금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두 번째 카닉스는 2만8,000파운드(미화 4만달러)를 들여 공예장인이 400시간이나 손으로 금속을 두드려 만들었는데 다행히 소리가 솟아나왔다. 그때부터 케니는 이 악기를 장기 대여 형식으로 가져다 연주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 헤드를 떼고 연주한다.
EMAP 전시에는 이 데스크포드 카닉스 뿐 아니라 프랑스의 묘지나 이탈리아의 알프스산, 영국의 유적지 등지에서 발견된 악기들의 재현물도 함께 전시된다. 영국에서 발견된 악기의 재현물은 홈스가 만든 것이다.
케니는 처음에 그 무서운 머리 형상 때문에 카닉스를 전쟁 악기로서 연주했다. 그러나 곧 악기도 사람과 같아서 악기의 소리에도 여러 색깔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소리들을 찾아보기로 하자마자 너무나도 많은 종류의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트럼펫이나 트럼본보다도 더 많은 음색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양한 음역은 오는 9월 발매 예정인 델피안 앨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레코드에는 용의 깨어남 같은 소리로부터 아방가르드 재즈 같은 음악까지 수록돼있다.
또 다른 EMAP 멤버인 영국 케임브리지의 바나비 브라운은 그레코 로망 시대의 아울로스 재현물을 연주한다. 아울로스는 더블 오보에 비슷한 것으로, 두 개의 스틱을 입 양쪽 끝에 물고 소리내어 연주하는 악기다. 카닉스와는 달리 그 음악은 소울이 가득하며 친숙하게 들린다.
“그레코 로망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악기였다”고 말한 브라운은 “이것이 없이는 희생제도 드릴 수 없었고 여흥을 가질 수도 없었다. 파티나 결혼식, 장례식에서도 모두 쓰이는 악기”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로스를 불고 있는 볼이 불룩해진 아테나 여신. 기원전 350년경의 항아리에 그려져있다.
아울로스를 불기 위해서는 순환호흡이라는 테크닉을 익혀야 한다. 브라운이 이 악기를 연주할 때 보면 두 볼은 불룩하게 부풀고 눈은 튀어나올 듯 부릅뜬다. 신화에 따르면 아울로스는 아테나 여신이 발명했는데 연주할 때 자기 얼굴이 얼마나 볼상 사나워지는지를 알고 나서는 바로 던져버렸다고 한다.
“보기보다 훨씬 끔찍해집니다. 정말 어려운 것 한가지는 호흡할 때 입술에 특별한 근육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현재 나는 최대 6분 정도밖에 연주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 브라운은 “그레코 로망 시대에는 밤새도록 불어야 해서 포베아(phorbeia)라고 하는 가죽끈으로 악기를 얼굴에 동여매고 계속 연주했다”고 설명했다.
브라운은 음악적 고고학이 과거의 음악을 재현하는 것만으로는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늘을 위한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런 고대 악기들을 연주할 때 내가 제일 흥분되는 이유는 내가 작곡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 그는 고대 음악은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부는 사람 마음대로 창작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지금 석기시대 음악을 듣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건 완전히 잘못된 이야기이고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당신은 그저 지금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의 음악을 듣고 있는거지요. 그게 김빠지나요? 아니죠. 훨씬 더 스릴있답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사진 ny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