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인에게 ‘론스타’는 소위 ‘먹튀’의 대명사로 꼽힌다. 텍사스에 설립된 사모펀드 론스타는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외환은행, 극동건설, 스타타워 등을 인수했다. 그러나 불투명한 인수 과정, 막대한 조세회피, 초고가 매각 등은 문제점으로 남았다. 폐쇄적인 사모펀드의 특성과 일부 순기능도 국민 정서법을 이길 순 없었다.
론스타는 현재진행형이다. 2003년 외환은행 불법인수 문제로 한국 법원을 거쳐 이제는 국제중재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국인의 분노는 소송 대응팀의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국무총리실을 필두로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법무부, 금융위원회와 국세청까지 6개 부처가 총동원됐다.
다만 이렇듯 먹튀에 공분하는 한국인들도 본인이 해외에 설립된 지사와 상사의 주재원과 그 가족이 되면 180도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스스로 먹튀의 가해자로 너무도 자연스럽게 변신하는 것이다.
같은 한국인이지만 ‘거처하는’ 입장에서 보면 ‘거쳐 가는’ 이들은 분명 다른 의식구조를 갖고 있는 듯하다. 이들의 먹튀를 주장하는 쪽은 뻔뻔함을 문제 삼는다. 당연한 듯 부탁하고, 이익이 되는 것만 취하고, 상처만 남기고 떠난다.
주류사회와 비교한 차별대우도 논란꺼리다. 해외 한인사회에 대한 자원봉사가 아니라 시장개척, 매출증대, 수익달성의 목적을 갖고 파견된 입장은 이해하지만 대하는 이들에 따른 이중성과 폐쇄성은 불편하다.
가뜩이나 곱지 않아 보이는데 공무원들까지 나서 부추긴다. LA 총영사관의 한 영사는 지난해 한 모임에서 “미주 한인사회에서 국산품 애용운동을 펼치자”고 주장했다. 시대착오적인 생뚱한 돌발발언에 모임이 일순 싸늘해진 기억이 있다.
한번 솔직해져 보자. 다른 나라 항공사를 이용하면 반값에 한국에 다녀올 수 있다. 다른 나라 자동차를 타면 나중에 중고차 가치가 더 높다. 스마트폰 구동도 한국산이 덜 안정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심지어 마트에는 태평양을 건넌 게 아닌 신선한 로컬 참기름도 판매된다.
해외에서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는데 한인사회에 대한 배려는 체감되지 않는다. 애국심을 발휘하라는 무언의 압력 비슷한 동조만으로는 결국 먹튀와 무엇이 다른가. 론스타가 따로 없다.
한인사회도 권리주장을 해야 한다. 최근 타인종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한인은행들에게 나타난 껄끄러운 존재들은 반면교사로 여길 만하다. 제각각의 이민사회를 대표하는 단체들은 은행 측이 자기네에게 얼마큼의 기여를 하는지 감시하고 필요하면 요구도 한다. 우리 한인사회도 이 정도 이상의 깜냥은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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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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