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승리한 진짜 이유는 아무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6일 워싱턴포스트지에 실린 터프츠대학 대니얼 드레즈너 교수의 기고문 제목이다.‘트럼프 신드롬’의 위세를 예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있는 공화당 주류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인기는 잠깐 스쳐지나갈 것이고 그의 거칠고 과격한 언행과 공약에 열광하는 지지자는 일부 소수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이 오히려 더 합리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 같은 전망을 비웃듯이 공화당의 대세로 자리 잡아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이 ‘트럼프 신드롬’을 들여다보면 이민개혁을 지지했던 공화당이 왜 입장을 바꿔 이를 포기하게 됐는지, 이민개혁이 왜 무산될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다.
공화당 주류 세력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트럼프 신드롬’을 주도하고 있는 보수 성향의 저소득층 백인 유권자들이 바로 불체자 사면에 대한 강력한 비토세력으로 지난 2013년 포괄 이민개혁을 무산시킨 숨은 주역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주류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좌절됐던 포괄이민개혁의 무산이 2016년 ‘트럼프 신드롬’의 전조였던 셈이다.
대선 패배로 공화당은 이민자를 끌어안지 않고서는 영구적인 소수파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당시 공화당 주류는 대선에서 패배가 이민자가 늘고 백인 인구 비중이 감소하는 미국의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봤다. 공화당이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는 이민 문제에서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공화당 주류에서 힘을 얻으면서 “공화당이 포괄 이민개혁을 주도해야 한다”는 대선평가서가 나오기까지 했다.
1,200만 불법체류 이민자를 구제하고 이민문호를 확대하는 포괄이민개혁은 공화당 주류의 이익과도 부합했다. 이민개혁을 통해 풍부하고 다양한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민개혁은 공화당 주류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결국 무산되고 만다. 공화당의 견고한지지 세력을 이루고 있는 저소득, 저학력의 백인 중하류 지지층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부와 권력을 가진 전통적인 중도 우파 공화당 주류와 보수성향의 중하류 백인 지지층과의 균열,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공화당 내부의 분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학력, 고소득 백인 계층은 이민자와의 경쟁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고, 이민자가 많아질수록 시장 구매력이 커지고, 값싼 이민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어 불법이민 문제에 비교적 너그러울 수 있다. 그러나, 저학력 비숙련 이민자와 일자리 경쟁을 벌여야 하는 저학력 저소둑 백인들은 이민자들이 자신의 몫을 빼앗아가고는 박탈감과 노동력 공급 증가로 임금이 정체된다는 반감을 가고 있는 계층이어서 전통적인 중상류 백인 계층과 이민 문제에는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들이 트럼프의 40%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중하류 백인들로 ‘트럼프 신드롬’을 만들어낸 주역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절반이 고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지고 있으며, 40%는 연소득 5만달러 이하다.
못 배우고 못살지만 그렇다고 이념성향이 극우적이지도 않다. 단지 13%만이 자신을 ‘매우 보수적’이라고 답했다. 그렇지만, 트럼프 지지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천박한 막말로 손가락질은 받지만 에두르지 않는 직설로 이들의 분노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내부 균열을 드러낸 공화당이 과연 ‘트럼프 신드롬’을 잠재우게 될지, 자당 후보를 비토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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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부장·정책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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