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전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연인을 남겨두고 베트남을 떠난 미국 군인이 옛 연인을 찾았다.
베트남 여인은 아직 그를 용서하지 못했다면서도 손을 잡고 눈물을 터뜨렸다.
24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공군 출신 짐 라이슐(68)은 1968년 베트남 전쟁으로 사이공(현 호찌민)에 파병된 후 현지의 바에서 접대부로 일하던 응우옌 티 하인(64)을 만났다.
둘은 오래지않아 동거를 했고, 어느 날 티 하인은 라이슐에게 '아이가 생겼다'며 베트남에서 함께 살자고 했다.
라이슐은 "그때 나는 '여기 살거나 머무르지 않겠다'고 답했다"며 "베트남은 내게 완전한 외국이었다. 그때 나는 젊고 바보 같았다"고 떠올렸다.
라이슐은 1970년 7월 사이공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갔다. 떠나던 날 아파트 난간에서 내려다보던 티 하인의 모습을 잊지 못했다고 한다.
제대 후 미국 미네소타로 돌아가 지도 제작자로 일하던 라이슐은 고엽제 관련 질환을 앓았다.
미국에서의 두 번째 결혼생활이 끝난 2005년, 라이슐은 티 하인을 찾아 나섰다.
그는 미국인과 아시아인의 혼혈, 즉 '아메라시안'(Amerasian) 아동을 찾아주는 단체의 도움을 받았다.
2012년 이후 베트남을 다섯 차례 방문했고 현지 신문에 '당신을 찾고 있다. 관계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1969∼1970년에 알고 지낸 멋진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뿐'이라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진척이 없던 지난해 9월, 베트남 남부의 미르엉이라는 작은 마을에 살던 티 하인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의 병간호를 하면서 인터넷 뉴스를 읽다가 한 사진에 시선이 멈췄다.
전쟁 중에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기사 속 사진에서 카키색 군복을 입은 남자의 팔에 안긴 여인은 젊을 적 자신이었다.
티 하인은 "사진을 본 순간 첫사랑의 기억들이 떠올랐다"고 그 순간을 회고했다.
생사와 행방을 알 수 없는 딸에 대한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라이슐에게서 버림받고 홀로 된 19살의 티 하인은 1970년 12월 18일 눈이 크고 피부가 창백한 여자 아기를 낳았다.
친구를 통해 아기를 보육원에 보내려 했지만 친구는 아기와 사라졌고 보육원엔 아무런 기록도 없었다.
티 하인은 "계속 딸을 찾아 헤맸다"며 "나를 버린 라이슐을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그에게 화가 나 있다"고 털어놨다.
뉴스를 본 티 하인이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라이슐과 연락이 닿은 끝에 두 사람은 지난 9얼 베트남에서 다시 만났다.
"다시…만나서 반가워"라는 라이슐의 첫 인사에 티 하인은 울음을 터뜨렸다.
티 하인은 "이 만남에 대해 아무런 근심·걱정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라며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오랜 시간 억누른 회한을 조금은 꺼냈다.
그는 "현재 내 삶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면서도 "채워지지 않은 유일한 꿈은 우리의 첫 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라이슐이 가져온 장비로 티 하인의 DNA 표본을 채취, 아메라시안 단체의 데이터베이스에 올려두기로 했다. 그들은 "딸을 만나지 못한다면 이 재회는 완성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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