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제조회사가 '경영상의 어려움'(undue hardship)과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무슬림 직원에게 식사시간에만 기도하도록 방침을 바꾼 바람에 여러 무슬림이 실직 상태에 놓였다.
반대론자들과 무슬림 지지자들은 기도와 생산성은 무관하다며 무슬림을 차별하려는 조처로 받아들여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18일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따르면, 위스콘신 주 그린베이 지역에 있는 회사로 잔디 깎는 기계와 제설기를 생산하는 업체인 에리언스는 나흘 전 무슬림 직원에게 식사 시간에만 기도하게 하는 새 방침을 발표했다.
무슬림은 보통 새벽, 정오, 오후, 저녁, 밤 등 하루에 5번 기도를 한다.
회사 방침이 바뀌기 전까지 에리언스 무슬림 직원들은 근무 시간 중 기도 시간에 맞춰 두 차례씩 생산 라인을 떠나 5분간 기도를 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새 방침에 따라 무슬림은 오로지 식사시간에만 기도하거나 기도 시간과 맞지 않는 쉬는 시간에 기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53명의 무슬림 직원 중 10명만 남고 새 지침을 따를 수 없다고 밝힌 43명은 직장에서 쫓겨나게 됐다. 새로운 직장을 찾고자 이들은 그린베이 지역을 떠나야 할 판이다.
전 직원인 이브라힘 메헤메드는 WBAY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무슬림은 정해진 시간에 기도한다"면서 "회사는 새로운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던 우리에게 사표를 쓰게 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의 독립 기구인 고용기회평등위원회(EEOC)는 업무의 효율성 저하로 고용주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다면, 직원의 종교행위를 모두 수용할 필요는 없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무슬림이 기도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생산성이 약화했다는 회사 측의 주장을 두고 미국 내 최대 무슬림 단체인 미국 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에리언스가 기도에 따른 생산성 악화 자료를 증거로 내밀지 못한다면 새 지침은 모든 직원의 합리적인 종교 활동 보장을 적시한 연방법에 어긋난 것"이라고 반발했다.
CAIR는 특히 지난달 콜로라도 주의 정육 가공 공장인 '카길'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 점에 주목하고 한 달 사이 두 곳의 공장에서 무슬림의 기도를 제한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 절대 우연은 아니라고 우려했다.
광범위하게 미국 사회의 전방위로 확산하는 이슬람 배척 분위기가 생산 현장에서도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의심에서다.
에리언스 측은 "이슬람교는 물론 이곳에 남거나 떠나기로 한 모든 이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태도만 되풀이할 뿐 방침을 바꿀 뜻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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