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어린이의 기억력을 떨어뜨리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쪽으로 뇌 구조를 바꾼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 디나 바치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15일 미국 심리학회지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7~15세 어린이 105명의 가정환경과 행동발달 등을 장기간 추적하면서 기능성 자가공명영상장치(MRI)로 촬영한 뇌 사진 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가난한 집 아이들의 뇌 신경회로 연결상태가 넉넉한 집 아이들의 뇌와 달랐다.
특히 뇌의 해마와 소뇌 편도체가 다른 뇌 부위들과 연결된 정도가 많이 떨어졌다.
해마는 학습·기억·스트레스 조절과, 편도체는 스트레스 및 정서와 관련된 부위다.
뇌의 특정 부위 내 그리고 다른 부위와의 연결성이 약하다는 건 그만큼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가난이 더 심할수록 이런 연결성이 더 약했다. 또 취학 연령 이전에 더 가난했던 아동일수록 취학 이후(9~10세)에 우울증 증상이 훨씬 더 많이 나타났다.
같은 연구진이 이전에 한 연구에선 빈부 격차에 따라 어린이 뇌의 회백질, 백질, 해마, 편도체 등의 크기와 용량에 차이가 있음이 발견됐다.
이 크기·용량 변화는 부모의 적극적 돌봄 등을 통해 많은 부분 극복, 즉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그러나 바치 교수는 이번에 연구한 뇌 부위 연결성의 경우 악화된 구조적 상태가 다시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가난은 어린이 발달 경과가 좋지 않을 것임을 가장 강력하게 예고하는 지표"라고 주장했다.
이는 가난하게 자란 어린이들은 인지기능과 학습성과가 떨어지고 우울증이나 반사회적 행동 등 심리적 질환을 겪을 위험이 더 크다는 점을 뇌과학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연구진은 스트레스, 흡연, 부실한 영양 등 부정적 환경 노출과 교육 기회 제한 등이 성장기와 그 이후 삶에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바치 교수는 "뇌와 긍정적 정서의 발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많다"면서 "가난이 반드시 아이들의 삶을 나쁜 쪽으로 운명지우고 예정된 인생행로로 밀어 넣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결과는 어릴 때의 부정적 경험은 뇌기능 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함을 일깨워 주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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