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인기다.
한일은행 만년대리 덕선이 아빠에게관심이 갔다. 정 많고 사람 좋아 사기도 당하고 속도 끓이지만 성동일 대리는 세 자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런 성 대리를 보면 서늘한 감정이 인다. 한일은행은 10년 뒤인 1998년 상업은행과 합치면서 대규모 감원이 이뤄진다. 최대 40%까지 감축된메가톤급 구조조정이었다.
성 대리의 운명은 아직 모른다. 요즘 한인은행 직원들의 처지도 비슷하다. BBCN과 윌셔은행의 합병 가운데서 있는 그들이 불안해 보인다.
합병하는 두 은행의 정규직은 모두 합해 1,530명이다. 남가주 10개 한인은행에 3,070명이 근무 중이니 당장 그 절반이 구조조정의 사정권에들어왔다.
밥그릇과 직결되기에 안쓰러움을느끼지 않는 이가 없다. 그렇다고“ 당신이 주주라도 감원에 반대할까?”라고 물으면 누구도 장담 못한다. 세상인심이 그렇다.
합병과 감원은 뗄 수 없다. 겹치는인력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한일과상업이 합병했던 17년 전 또 다른 대형 은행이었던 제일은행 직원들도 그랬다.
‘눈물의 비디오’는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전체의 15%인 48개 지점이 폐쇄된 제일은행의 테헤란로 지점 직원들의 마지막 하루를 담은 영상이다. 직원들은 의외로 담담했다.
“젊음을 바쳤는데” “은행 일밖에할 줄 몰라”라는 투정도 잠시,“ 남은직원들이 잘되길 바란다”“ 으뜸 은행이 돼 달라”고 되레 걱정해줬다.
마지막 여직원은 눈물을 쏟았다.
그래서 눈물의 비디오다. 딱 하루 총파업을 했다. 투쟁경험 한번 없는 초짜들의 애절한 몸부림이었지만.
지금의 은행가도 싸늘하다. 불안한시선들이 교차한다. 눈치를 살피고귀를 기울인다. 주고받는 말들이 팽팽하게 당긴 시위를 닮았다.
한편에선 은행가 출신들이 연말이라고 모여 식사를 한다. 몇 해 전 은행을 매각한 이후 정기적으로 친목을 도모한다. 건배하는 사진, 기부금낸 사진들이 언론사에 배포된다.
소수의 만찬을 위해 다수의 생존권이 희생되지는 말았으면 한다. 합병의 이유가 지점 비용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닌 바에야 구조조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히려 정교하지 못한 감원은 기존고객 이탈과 금융사고로 비화될 수있다. 비이자 부문 영업력 강화라는궁극의 목적, 실력 배양을 위해서는인적자산에 체화된 금융노하우가 큰부분을 차지한다.
사실 ‘눈물의 비디오’는 별칭이다.
원제는 ‘내일을 준비하며’이다. 합병은행 출범을 준비 중인 합병 위원회는 성 대리 같은 직원들을 위해 어떤 내일을 준비할지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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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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