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불안 해소, 추가 금리인상, 4조5천억불 연준 자산축소 등은 ‘숙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미국이 16일 금리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금융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선택했던 '제로금리 시대'가 7년 만에 마침내 막을 내리게 됐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펼쳤왔던 대규모 양적완화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으며 고육책으로 택해야 했던 비정상적 통화정책에서 벗어나는 "기념비적"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이견은 여전하지만 적어도 미 금융당국이 자국 경제가 상당히 견조하고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충격을 견뎌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의미를 갖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비록 이번 결정이 충분히 예견됐다 하더라도 중국의 완연한 경기침체와 신흥시장의 위기, 저유가 등의 파고 속에 내려짐으로써 달러의 '신흥국 엑소더스' 가능성 등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전망은 그야말로 '시계제로'다.
이번 연준의 결정은 무엇보다 경기 변동 등에 대비해 통화정책 수단의 여지를 넓혀 놓겠다는 의도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유례없는 금융위기에서 어쩔 수 없이 택했던 '비정상' 통화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당위성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의 부작용을 우려해 온 금융시장을 달래는 일이 당장 연준의 과제로 떠올랐다. 내년 이후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기회 있을 때 '제로금리라는 비정상 탈피' 의지 = 지난 10월을 기준으로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미치지 못하는 1.3%였는데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린 데는 제로금리라는 '비정상 통화정책'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는 연준의 의지가 가장 크게 작용한 듯하다.
현재 연준은 경기침체 탈피를 선언한 이후 가장 오랫동안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은 상태다. 금융위기 이전 두 번의 경기 상승기에 연준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났다는 선언을 하고 나서 3년 이내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미국이 금융위기를 벗어났다고 선언한 때는 2009년 6월이었고, 그로부터 6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금리를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만약 다시 경기가 부진의 늪에 빠진다면 연준으로서는 쓸 수 있는 대응책이 크게 제한되고, 이는 연준이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 중 하나다.
물가와 달리 고용 지표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 요건을 충족한 상태다.
지난 11월 실업률은 5.0%로 연준에서 완전고용 수준으로 간주하는 5.0∼5.2% 범위의 하단까지 내려왔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에서 없어진 일자리가 약 870만 개로 추산되는 반면, 새로 생긴 일자리는 1천370만 개로 집계되고 있다.
주택이나 차량과 같이 금리가 소비에 큰 영향을 주는 고가 자산의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는 현상도 연준으로서는 경계 요인이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집계한 기존주택 판매량은 지난 7월 연간 환산 기준 559만 채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주춤하고 있지만, 지난 3월 이후 계속 500만 채를 웃돌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20만 달러 부근에서 맴돌았던 기존주택 판매가격 중간값은 올 들어 꾸준히 상승해 지난 7월에는 23만 달러를 넘어섰다. 기존주택 판매가격 중간값의 전년 같은 달보다 상승세는 3년 이상 유지되고 있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902만대까지 떨어졌던 승용차와 픽업트럭 판매량도 지난 11월에는 1천805만 대까지 늘어나며 금융위기 직전 수준보다도 오히려 늘어났다.
낮은 금리가 주식이나 주택 같은 자산의 가격을 높였을 때 자산 효과를 통해 소비가 늘어나야 하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 동원한 전례 없는 통화정책이 특정 자산의 가격만 끌어올린 채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은 연준으로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리겠다'고 공언한 점도 금리인상 단행의 이유로 꼽혔다.
연준이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는 '양치기 소년'으로 여겨지면 연준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손상되고 그로 인해 앞으로 원하는 통화정책을 시장에서 실현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장 불안, 과연 수그러들까 = 기준금리 인상 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을 달래는 일은 연준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 3일 미국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위원회 참가자들(FOMC 위원들)은 고용이나 물가 동향이 연준의 목표치에 가까워졌더라도 당분간 경제 여건 때문에 위원회에서 장기적인 정상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금리가 유지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6월부터 2년간 17번 연속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렸던 것과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2013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의 단계적 축소를 언급하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였던 '긴축 발작'(Taper Tantrum)의 악몽이 가시지 않은 탓이다.
'긴축 발작' 때는 언급만으로도 충격파가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실제로 기준금리를 올렸다는 점에서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불안을 더 키우는 원인이다.
2011년 초 금리를 올렸다가 같은 해 도로 내렸던 유럽중앙은행(ECB)의 사례도 앞으로 계속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인상에 대해 "중앙은행인 연준이 지나치게 금융시장의 눈치를 본다는 우려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연준이 너무 독단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을 것이라고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금융시장의 우려대로 불황의 악순환을 야기한다면, 연준과 옐런 의장은 시장은 물론 미국 정치권으로부터도 강한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일부 민주당 연방의원들은 이미 너무 이른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를 옐런 의장에게 전달했고, 야당인 공화당은 내년 대선 정국에서 민주당을 공격할 소재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화당 대선주자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10월 유세에서 옐런 의장이 "정치적인 고려"를 바탕으로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인상 이후…추가인상·자산축소 계획에 '촉각' = 미국 기준금리를 둘러싼 최근 금융시장의 관심사는 인상 여부가 아닌, 인상 이후에 연준에서 어떤 정책을 쓸지로 이미 옮겨졌다.
연준에서는 내년에 금리를 올리더라도 '점진적'이고 '완만하게' 올리겠다는 입장을 줄곧 강조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내년에 네 번 금리를 올려서 내년 말까지 1.5%의 기준금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리 인상 횟수가 그보다 적어질 가능성도 여전하다.
마크 윌리엄스 보스턴대 교수 같은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번 인상 이후 당분간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연준이 4조5천억 달러 규모의 보유 자산을 어떻게 줄일지도 금리인상 경로에 못지않은 금융시장의 관심사다.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해 9월 기자회견에서 2020년이 돼야 자산 축소를 시작할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비상 통화정책의 결과로 불어나 버린 자산을 줄이는 일 역시 통화정책 '정상화'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직전 연준의 자산 규모는 약 9천억 달러였지만, 세 번에 걸친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연준의 자산은 금융위기 직전보다 약 5배로 불어났다.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양적완화 과정에서 사들인 채권의 만기를 연장하는 대신 채권을 팔겠다고 나서는 상황을 연준에서 보유 자산을 축소하려 할 때 택할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지목하고 있다.
연준이 보유한 유가증권을 나중에 다시 사들이겠다는 조건을 달아 시중 금융기관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유동성을 흡수하는 '역리포'(reverse repo)의 규모를 현재의 3천억 달러에서 1조 달러 이상으로 크게 늘리거나, 시중 금융기관의 보유 자금을 정해진 기간만큼 연방준비은행에 예치하는 기간제 예금(term deposit)의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이 연준의 자산 축소 방식으로 유력하다.
어떤 방식을 연준에서 채택하든,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실제로 연준이 자산 축소 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은 물론 그런 정책이 시행된다면 최대한 강도를 낮춘 다음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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