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조계종의 제안을 받아들여 영장 집행을 연기하면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 '반나절' 남짓한 시간이 주어졌다. 극히 촉박한 시간이지만 사실상 한상균 위원장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인 만큼 자진 출석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계종이 한 위원장을 설득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자진 출석 또는 신병 인도가 불발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한 위원장이 모두 떠안을 수 밖에 없다. 만약 10일 정오를 지나 강제 검거된다면 한 위원장은 명분도, 모양새도 모두 잃게 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9일 오후 5시 한 위원장을 강제연행하려던 경찰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중재에 나서자 긴급 수뇌부 회의를 열고 "10일 정오로 체포영장 집행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자승스님은 "내일 오전까지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경찰과 민주노총은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종단의 노력을 지켜봐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이 조계종의 제안을 받아들여 병력을 철수한 데에는 불교계와의 갈등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2002년 3월 조계사로 피신한 발전노조원 7명을 체포하기 위해 조계사 측의 동의를 구해 경내로 진입했지만 신도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이후 경찰은 13년간 경내에 더 이상 병력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종교시설에 공권력을 투입하기를 부담스러워 하던 경찰이 조계사와 조계종의 반대에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오다 돌연 병력을 철수시킨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날도 경찰은 한 위원장 체포를 앞두고 건물 입구에서 1시간 이상 시간을 끌었다. 마지막까지 조계사나 조계종이 설득해 한 위원장 스스로 경찰에 투항하는 모습을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경찰이 두 차례 조계사의 요청을 수용함에 따라 앞으로 한 위원장의 신병 인도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조계종이 짊어지게 됐다. 만일 한 위원장이 자진 퇴거하지 않겠다고 버텨 경찰이 강제 연행에 나서더라도 더 이상 반대할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내일 정오까지 한상균의 자진 출석 또는 신병인도 조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당초 방침대로 엄정하게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조계사도 내부회의를 열고 한 위원장이 자진 출석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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