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AFP통신은 지난주 이라크에서 ‘푸틴매니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그 상세한 내용을 소개했다. 이라크 국민들이 러시아 대통령 푸틴을 ‘영웅’이라고 부르며 그의 초상화를 집에 걸어놓거나 그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는 것이다. 심지어 젊은 층에서는 그를 ‘하찌 푸틴’이라고 부르며 존경한다고 한다. ‘하찌(Hajji)’는 이슬람교 존칭어로 구세주를 의미한다.
‘푸틴매니아’가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러시아가 이라크에서 IS(이슬람국가)소탕작전을 박력있게 진행해 국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많은 이라크인들이 시리아난민처럼 유럽으로 피난가려다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이야기를 AFP통신은 학생, 택시 운전기사 등의 입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푸틴은 미국이 중동에서 실패한 것들을 골라 성공시킴으로써 러시아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방법 중의 하나로 인질의 목을 잘라온 IS의 ‘지하디 존’(무하마드 엠아지)을 러시아가 먼저 찾아내 만천하가 보는 앞에서 그의 목을 자르는 쇼를 벌이는 것이다. 러시아 특수부대가 그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푸틴의 무자비는 이름나 있다. 그래서 IS가 겁을 내고 있다. 몇 년 전 이라크의 반정부군이 러시아 외교관을 납치하여 살해한 적이 있었다. 화가 난 푸틴은 러시아군에서 암살만을 전문으로 하는 자슬론이라는 특수부대를 보내 사건에 관련된 반정부군 지휘자들의 목을 다 베어 버렸다.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테러범 소탕과정에서 인질들이 130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미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무자비한 진압작전이다. 그런데도 러시아 국민들의 83%가 그의 강력한 테러진압을 지지했다. 러시아와 아랍권은 체질적으로 민주주의가 어울리지 않는 나라들이다.
푸틴은 독재자인데다 상상도 못할 부정축재자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후 총리를 하다가 다시 대통령으로 컴백해 영구집권을 꿈꾸고 있으며 영국에 망명한 러시아 재벌 푸가체프에 의하면 푸틴의 재산은 약 2,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빌 게이츠 보다 2.5배나 많은 셈이며 세계최고의 부자에 속한다. 그런데도 러시아 국민의 푸틴 지지도는 88%다. 잃어버린 ‘강대국 러시아’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푸틴과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옐친의 민주주의 시대를 러시아의 악몽으로 여기고 있다.
푸틴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는 미국이 아니다. 유럽연합(EU)이다. 폴란드, 체코, 동독, 헝가리,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이 러시아 세력에서 독립하여 EU에 가입한 후 모두 러시아보다 잘살고 번창하기 때문이다. 이 바람이 우크라이나까지 번져 NATO 가입 기색을 보이자 우크라이나 내란에 불을 지른 것이다. 그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동맹을 만들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다. 그것이 곧 이란-이라크-시리아를 잇는 중동세력이다.
이라크에서 일어나고 있는 ‘푸틴매니아’현상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미국의 이라크정책 완전 실패라는 것이다. 미국이 8년 동안 이라크를 점령하면서 수천명의 희생자를 내고도 못 얻은 신임을 푸틴이 하루아침에 얻어 냈으니 말이다. 이라크인들은 사담 후세인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는데 미국은 ‘민주적, 민주적’만 외치다가 이라크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어 놓은 셈이다. 이라크의 푸틴매니아는 미국식 민주주의가 지구의 일부에서는 정치의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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