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세대의 약점
밀레니엄 세대(1980~2000년생)의 약점 중 하나는 참을성 부족이다.
“블로그를 3일전 시작했는데 내 사이트에 방문객이 없고 아무도 내 글을 읽지 않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필자에게 보낸 고등학교 11학년 학생이 좋은 예다.
주변의 10대, 20대 동료가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짧은 기간 내에 백만장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수시로 접하고, 간략한 문자 혹은 이모티콘으로 소통하는 밀레니엄 세대의 학생들은 자연스레 빠른 속도에 익숙하다. 또한 부모와 무선 탯줄로 항상 연결되어 있는 그들은 어려움을 겪을 때 마다 ‘헬리콥터,’ ‘스텔스 폭격기,’ ‘제설차’ 등등의 별명을 지닌 부모가 즉시 출동해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바람에 좌절이나 실패에 익숙하지 않다. 집안에서는 끊임없는 관심과 칭찬을 받으며 자랐고, 페이스북에서는 친구들과 서로를 부추기는 환경에 익숙하기에 조금 심한 꾸중을 들으면 깊은 상처를 받는다.
어느 고등학교 12학년 여학생은 “엄마 아빠의 친척 모두 통틀어 딸을 가진 집이 우리 밖에 없어서 나는 가족과 친척의 넘치는 관심을 받고 있다. 때로는 그것이 지나쳐서 내가 듣고 싶은 음악도 못듣고 하고 싶은 일도 못한다. 그래서 일부러 나는 한 시간씩 샤워를 한다. 샤워가 나에게는 유일하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이라면 3일전 시작한 블로그에 방문객이 없다는 고민을 하고 낙심하는 것이 당연하다. 필자는 그 고민생에게 자메이카 소설가 말런 제임스를 소개했다. 노벨 문학상과 어깨를 겨루는 맨 부커상의 올해 수상자인 말런은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수 없는 역경을 겪었다. 그가 쓴 첫 번째 소설이 80군데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받았을 때 말런은 “독자들이 피하고 싶은 소재를 내가 쓰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과 자책감에 빠져 소설 쓰기를 포기하고 원고를 버린 적도 있었다.
“출판사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런이 중간에 포기했으면 오늘의 영광이 있었을까”라고 질문했을 때 고민생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너무나 간단했다. “왜 그 사람은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했을까요. 도와줄 부모나 친척이 주변에 없었나요?”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쉽게 실증을 느끼는 밀레니엄 세대가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가는 일이다. 무엇이든 흥미와 새로운 경험을 주지 못하면 그리고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참지 못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길을 꾸준히 가지 못한다는 것을 훈육하기 위해 영화 <사도>에서 아버지 영조가 사도 세자를 다루듯 하면 곤란하다. “내가 네 나이때는 공부를 하지 못할까 항상 두려워했는데 너는 이런 좋은 환경에서도 공부를 게을리하느냐”라고 다그치고 몰아세우는 것은 금물이다.
밀레니엄 세대는 불확실성과 치열한 경쟁이 주도하는 복잡한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런 사회는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효율적 경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가는 햄릿보다, 감성ㆍ우연ㆍ불확실성에 유연하고 그것에 수시로 적응하는 삶을 누린 돈키호테를 선호한다.
인간이 지닌 다양한 문제를 향해 새롭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인재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만일 햄릿과 돈키호테가 현존한다면 전자는 헬리콥터, 스텔스 전투기, 제설차에 엔진이 켜있기를, 후자는 꺼져있기를 원할 것이다. 둘 중 누가 더 창의적인 해결책을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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