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Design, Play. DDP라고 불리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또 다른 영어 표기다. 2007년 12월 철거된 옛 동대문 운동장 자리에 들어선 서울의 복합문화공간 DDP를 다녀왔다.
단 한 개도 똑같지 않은 4만5,133장의 알루미늄 패널을 이어 붙였다는 DDP는 세계 최대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로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내·외부 모두 직선이 하나도 없어 유유자적 물 흐르듯 이어져 간다. 외장패널 공사를 위해 한국 기업이 세계 최초로 2차 곡면 성형 및 절단 장비를 제작했고, 지하철로 인한 기둥 붕괴의 위험성을 고려해 세계에서 가장 긴 기둥 없는 공간을 완성해냈다. 온통 하얀 건물 내벽에 화장실 표시를 없애고 가까이 다가가면 새소리가 들리는 걸로 대신했다. 여성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컨셉 ‘환유의 풍경’을 건축한 DDP는 투어 가이드의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이 너무 많은 건축물이었다.
지난해 3월 개관 당시 DDP는 천덕꾸러기였다. 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에 공사기간도 5년이 넘게 걸렸는데 ‘거대한 우주선이 내려앉았다’ ‘21세기의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과연 맞긴 한가’ ‘동대문운동장 일대의 현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흉측스러운 괴물이다’ 등 비난일색에 하루 9,000만원 꼴로 계산된 운영비 논란까지 명소는커녕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듯했다.
그랬던 DDP가 개관 1년 만에 ‘디자인 메카’로 떠올랐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방문자수가 연간 900만 명인데 DDP에 850만명이 다녀갔다. 수입 223억원, 지출 213억원으로 DDP가 발표했으니 운영비 논란도 괜한 기우였다. 뉴욕타임스가 올해 꼭 가봐야 할 세계 명소 52선에 DDP를 올렸으니 앞으로도 관광객은 찾아들 것이다.
문제는 DDP의 유명세가 천재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힘이라는 사실이다. 라거펠트는 지난 5월 DDP에서 ‘2016 샤넬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였다. 라거펠트가 ‘패션 서울’을 주목해 한국에 왔을까. 아니다. 그가 ‘건축계의 샤넬’로 꼽는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이기에 서울에 있는 DDP를 컬렉션장으로 선택했다. 건축가가 주목한 새벽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동대문의 역동성에 새로운 풍경을 그리겠다는 DDP가 그은 첫 획이었다.
‘환유의 풍경’은 다양한 역사적·문화적·도시적·사회적·경제적 요소들을 환유적으로 통합해 하나의 풍경을 창조한다는 의미이다. 우리 민족을 ‘흰옷’으로 표현하는 그런 환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난만 앞세운 백의민족에게 DDP가 어떤 풍경을 창조해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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