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저서 ‘전쟁전야’에 당시 상황 소개

2009년 방북, 억류돼 있던 여기자 2명을 데리고 귀환했을 당시의 클린턴(왼쪽에서 2번째.EPA.연합뉴스.자료사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 8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초대형 매스게임인 아리랑 공연을 함께 보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사망)의 요구에 세차례 ‘퇴짜’를 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9일 발간 예정인 일본 아사히 신문 마키노 요시히로(牧野愛博) 서울지국장의 저서 ‘전쟁전야’(분게이순쥬<文藝春秋>·254쪽)에 이 같은 상황이 소개됐다. 저자는 당시 클린턴의 방북을 수행한 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클린턴과 김정일의 만찬 회동을 생생하게 재연했다.
당시 북한에 억류된 여기자 2명을 귀환시키기 위해 방북한 클린턴은 여기자 석방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일과 만찬을 함께 했다. 최태복, 김기남, 김계관 등 김정일의 핵심 측근들이 자리했다.
14가지 최고급 요리가 코스로 나온 만찬이 시작되자 김정일은 클린턴 쪽을 바라보며 "미스터 프레지던트(대통령님), 나는 오늘 밤 아리랑 공연 티켓 3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내 것, 하나는 내 애인, 나머지 하나는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클린턴은 못들은 척을 했다. 자신이 대통령이었던 2000년 방북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아리랑 공연을 본 것 때문에 극심한 비판을 받았던 일을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정일은 포기하지 않고 잠시후 다시 같은 이야기를 했지만 클린턴은 재차 알아듣지 못한 척을 했다.
식사가 진행되던 중 김정일이 다시 한번 아리랑 이야기를 꺼내자 동행자 중 한 명인 존 포데스타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우리는 안 갑니다"라고 딱 잘라 거절했다.
이 상황에 대해 클린턴 방북 수행단의 일원이었던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클린턴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의 권유를 북한 간부들 면전에서 거절했다"며 "이것은 (그해 1월 출범한) 오바마 정권과 클린턴 개인에 대한 그(김정일)의 생각에 강한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한 것으로 책에 적혀 있다.
당시 김정일은 핵문제와 북미관계 등 현안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미 측과의 협상을 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저자와 인터뷰한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분석했다. 김정일의 관심은 미국 정계 거물인 클린턴을 불러들여 사진을 찍고, 인민들에게 그것을 보여주는 것 자체에 있었다는 지적이었다.
클린턴은 당시 방북을 통해 미국 케이블방송 ‘커런트TV’ 소속 중국계 로라 링과 한국계 미국인 유나 리 등 여기자 2명을 미국으로 데려왔다. 여기자들은 풀려나기 두 달 전 ‘조선민족 적대죄’와 국경 무단 침입죄 등으로 각각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지만 클린턴 방북에 맞춰 사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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