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축제 기간 경기도 내 한 대학교에 문을 연 학생 주점에서 살인범 ‘오원춘’의 이름이 담긴 메뉴가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2일 가을 축제인 ‘밀물제’가 열린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 50여개의 학생 주점이 들어섰다.
이번 축제는 학생자치기구 중 하나인 동아리 연합회에서 주관, 사전에 주점 개점을 원하는 학생들의 신청서를 받고 이날 오후 6시부터 영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 학교 2∼3학년 학생 4명이 주축이 돼 ‘방범’을 콘셉트로 만든 ‘방범주점(방범포차)’에서 시작됐다.
방범주점에서 술안주 메뉴로 살인마의 대명사인 오원춘의 이름을 넣은 ‘오원춘 세트’를 선보였던 것.
’오원춘 세트’는 곱창볶음과 닭발, 튀김 등이 나오는 메뉴로, 1만원씩에 판매됐다.
또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최근 출소한 연예인 고영욱씨의 이름을 딴 ‘고영욱 세트’도 안주 메뉴로 등장했다.
이 주점에서는 오원춘과 고영욱씨의 사진을 넣은 현수막을 내걸고 이튿날 오전 1시까지 영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폐 주점 운영 등 해마다 학생 주점이 논란을 빚어오다 강력범죄자까지 거론된 술안주 메뉴가 등장하자 학생들은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 재학생은 "주점을 열기 전에 범죄피해자나 유가족한테 미안하지도 않았는지 궁금하다"며 "학교 차원에서 징계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한양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게시자는 "열심히 해주시는 선배들과 후배뿐만 아니라 교수님과 임직원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실추시켰다"며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와 관련된 학과, 축제 책임을 지는 모든 부서는 진심 어린 사과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축제 첫날 자정 이후 ‘오원춘 세트’ 현수막 등 인증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 퍼지면서 네티즌들도 공분했다.
한 네티즌은 "지성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상식만이라도 건전했으면 한다"며 "축제를 보니 대학의 수준이 의심된다"고 성토했다.
방범주점을 운영했던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사과문을 내걸고 "경악스러운 범죄에 경각심을 느끼게 하려고 기획하게 됐다"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느꼈지만, 현수막이 완성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축제 운영진인 동아리 연합회에서는 SNS를 통해 "처음 받은 주점 신청서에는 헌팅술집으로 일반 주점과 같은 콘셉트였다"며 "뒤늦게 확인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밝혔다.
한양대 관계자는 "방범주점 운영진 및 동아리 연합회 측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24일까지 예정된 축제를 모두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 측은 관련 학생들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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