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 출신이면서도 제대로 반박못한 카슨·폴에도 질타
벤 카슨과 트럼프 (AP)
각종 막말로 미국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예상 밖 인기몰이 중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또 ‘백신이 자폐증을 불러온다’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펼쳐 의학계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CNN방송 주최로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에서 과거 한 직원의 아기가 백신을 맞고 고열에 시달리다 자폐증 환자가 됐다는 사연을 공개하며 "이제 자폐증이 전염병처럼 돼버렸다"고 말했다.
그가 백신과 자폐증의 상관관계를 주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TV 인터뷰 등을 통해 꾸준히 둘 사이의 연관성을 제기해온 트럼프는 지난해 4월 트위터에 "내가 대통령이라면 적당량의 백신을 투여하도록 밀어붙일 것"이라며 과다한 백신 접종이 자폐증의 원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날 토론회에 의사 출신 대선후보가 두 명이나 있었는데도 트럼프에게 제대로 된 반격을 가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세계 최초로 머리가 붙은 쌍둥이 분리수술에 성공한 소아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의 벤 카슨은 ‘트럼프가 이런 주장을 멈춰야 한다고 보느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많은 연구들이 백신과 자폐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지 못한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심지어 "우리가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것도 사실일 수 있다"이라며 의학계가 공인한 백신 접종 스케줄에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입장을 내비치기까지 했다.
안과의사 출신의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도 "우리의 위대한 의학적 발견 중 하나가 백신"이라면서도 "나는 백신의 지지자지만 자유를 지지하기도 한다"며 과학적으로 백신을 집중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다소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이 끝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전문의들을 중심으로 한심하고 안타깝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윌리엄 샤프너 밴더빌트대 예방의학 교수는 NYT 인터뷰에서 이번 토론을 가리켜 "슬프다"면서 "두 명의 토론자가 의사였기 때문에 백신의 안전성과 가치에 관한 건전한 토론이 이뤄지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사아드 오마르 에머리대 교수도 "백신 스케줄에 대한 더 강한 지지가 있어야 했다"며 "이건 어느 한 개인이나 정부의 견해가 아니라 광범위한 과학적 조언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의 소아과 전문의 폴 오핏도 "백신 접종을 늦출수록 아이는 그만큼 해당 질병에 걸리기 쉬운 기간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티모어의 소아과 의사인 스콧 크루그먼은 트위터에 "안돼 벤 카슨, 트럼프가 틀렸다고 했어야지. 백신은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 당신은 뭘 이야기한 건가"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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