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합법화의 후폭풍이 미주한인 기독교계에 몰아치고 있다. 미국장로교(PCUSA)가 결혼에 대한 정의를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이 아니라 ‘두 성인 간의 결합’으로 수정하여 사실상 교단이 동성결혼 합법화의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단 본부 건물 안에서 동성애자 결혼식까지 열리자 이에 반발하여 한인장로교회들이 교단을 탈퇴하는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댈러스, 콜럼버스(조지아주), 새크라멘토에서 일부 한인교회들이 탈퇴를 선언했으며 대표적인 예가 LA의 ‘선한 목자 장로교회’의 케이스다(본보 9월15일자 종교란 보도).
개별 교회가 미국교단 PCUSA를 탈퇴할 때에는 교회건물을 교단에 반납해야 한다. ‘선한 목자 장로교회’는 교단과 소송을 통한 싸움이 싫어 700만 달러에 상당하는 현재의 건물을 포기하고 새 건물로 이전하기로 용단을 내린 것이다. 모든 교인이 교단 탈퇴를 원할 때는 교회건물을 반납하지 않아도 되지만 극소수라도 일부가 교단에 잔류하기를 희망하면 건물은 교단이 소유하도록 되어있다. 미국장로교에 수백개의 한인교회들이 가입되어 있지만 동성결혼에 대한 교단 입장을 반대하면서도 이 때문에 교단 탈퇴를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6월26일 대법원이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을 내리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승리”라고 선언, 자신의 대통령 재직기간 동안 “가장 기쁜 날”이라고 감격스러워 하면서 백악관을 야간에 무지개 색(동성애의 상징 칼라)조명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정말 “미국의 승리”일까. 지금 미국에서는 그 판결 이후 새로운 문화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동성애 결혼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로 국민들이 갈려있고 비즈니스에서도 충돌을 보이고 있다. 어떤 꽃가게 주인은 동성결혼식에 꽃 납품을, 어떤 식당에서는 결혼파티를 거절하여 소송을 당하고 있고 켄터키 주에서는 카운티 공무원이 결혼증서 발급을 거부하여 법정모독죄로 구속까지 된 적이 있다. 무엇보다 기독교계 내부에서 동성결혼에 대한 찬반의견이 갈라져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다. 미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휴스턴 레이크우드 교회에서는 담임목사가 동성결혼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자 일부 교인들이 예배 도중 목사에게 모욕적인 말을 퍼붓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판국에 미국의 대통령이 이 문화전쟁의 어느 한편을 적극 후원하며 싸움판에 휘발유를 붓고 있는 것이다. 빌리 그래함 목사의 아들인 프랭크 그래함 목사는 “오바마는 회개하라.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이 심판할 것이다”라고까지 경고했다. 흑백 분쟁을 방불케 하는 문화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동성결혼이 합법이지만 한인 목사에게 동성결혼 주례를 서달라고 부탁해 보라. “개인 사정으로 바빠서 주례를 못 서겠다”며 모두 피할 것이다. 주례를 섰다가는 그 목사는 교회에서 퇴출당하기 십상이다. 이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며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장로교는 동성결혼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미주 내 한국교계는 공식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교인들이 가치관의 혼돈을 겪고 있다.
결혼이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라는 것은 기독교인에게 있어 2천년 간 받아들여져 온 종교적 관습이다. 게이나 레즈비언을 미워해서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진리에 서려고 노력하는 신앙일 뿐이다. 그런데 법이 신앙을 심판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동성결혼 때문에 교회가 교단에서 탈퇴하는 등 기독교가 내부적으로 대혼란과 진통을 겪고 있다. 요즘은 미국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걱정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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