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대니얼 홍(교육전문가)
지난주 칼럼 제목인‘밑 빠진 대학’은 대학의 종말을 뜻한다. 여기서 종말이란 대학이 기능을 다하고 없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대학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누구나 대학에 다닐 수 있게 됨으로써 희소가치를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중 지식인의 종말’이란 지식인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모두가 스스로를 지식인이라고 여김으로써 지식인의 희소성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책의 종말’이란 의미도 전자 책의 등장으로 종이로 제본된 책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아마존 회사에서 손쉽게 무료로 전자 책을 출판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누구나 책을 쓰고 읽고, 배포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종이 책에 비해 전자 책을 출판하는 비용이 제로에 가깝게 되자 책의 기능은 무료 배포를 통한 마케팅 도구로 변했다. 이렇듯 대학 교육ㆍ지식인ㆍ책 같은 문화적 요소의 종말이란 소멸이 아닌 폭발적 증가, 대중화를 의미한다. 대중화는 곧 희소성 가치의 추락을 의미한다.
아무리 쓸모있는 것이라도 지나치게 많으면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반면, 절대가치를 지닌 것도 있다.
예를 들면 공기가 아무리 차고 넘친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이 가치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온 사방에 널려있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지만 공기가 없으면 지구상의 그 무엇도 살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정보와 기술이 손가락 끝에 와 있는 구글시대에서 대학의 가치는 절대가치가 아니다. 대학 졸업장이 취업과 진로를 결정하는 절대성을 지닌 시절이 있었지만, 인터넷의 등장은 대학 이름 자체에 두었던 가치를 인간의 능력으로 방향타를 바꾸었다. 8살 소년이 유튜브를 통해 장난감의 장단점을 소개함으로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12세 소녀가 온라인을 통해 수의사 자격증을 따내는 등 과거의 교육방식, 즉 대학 졸업때까지 기다렸다가 취업을 하는 단계별 기다림의 시간을 무너뜨린 것이다.
1960년대 프랑스 구조주의자 롤랑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에서 “작가란 그 시대의 재능 있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선언한 것처럼, 대학도 한 시대의 도구로써 존재할 뿐이다. 오늘날 대학의 가치는 그 이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내어 행동으로 옮기는 학생과 교수의 만남에 있다.
대학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대학에 다니는 학생의 경험이 바뀌고, 기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는 대학의 전통적 역할은 유지되겠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학을 향한 정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1973년 핀볼>에 나오는 ‘당신’이 될 것이다.
“당신이 핀볼 기계에서 얻는 건 거의 아무 것도 없다. 수치로 대치된 자존심뿐이다. 당신 핀볼 기계 앞에서 계속 고독한 소모전을 벌이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은 프루스트를 읽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어떤 사람은 자동차 전용 극장에서 여자 친구와 ‘진정한 용기’를 보면서 진한 애무에 열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시대를 통찰하는 작가가 되고 혹은 행복한 부부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핀볼 기계는 당신을 아무 곳에도 데려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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