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일보 직전까지 치달았던 한반도의 위기가 남북의 극적인 합의로 수습 되었다. 이번 판문점 남북접촉은 한국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한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를 받아가며 의견을 나누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박근혜-김정은 간접회담이나 다름없는 오기의 대결이었다. 그럼 이 기 싸움에서 누가 이겼을까. 박근혜의 승리라는 것이 국내외의 평이다.
북한은 이번 판문점 접촉에서 전에 없던 저자세를 보였다. 협박 일색인 48시간 최후통첩을 해놓고는 데드라인이 가까워오자 자기들이 먼저 고위급 회담을 제의해 왔다. 한국측이 실세인 황병서가 나와야 된다고 한 조건도 순순히 받아 들였으며 회담장소를 판문점 남쪽인 ‘평화의 집’으로 정한 것에도 이의가 없었다. 그리고 북한방송이 이와 관련된 보도에서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을 썼다는 점이다.
기 싸움에서는 일단 한국이 이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리 면에서는 북측이 챙길 것은 다 챙겨갔다. 확성기 방송도 철회 되었지 그들이 희망하던 민간인 교류(금강산 관광 등) 활성화도 약속 받았다. 민간인 교류 활성화는 사실상 천안함 폭침 후 발표된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를 부분 해제한 것이나 다름없다. 북측은 하기 싫은 이산가족 면담을 받아 들였을 뿐이다. 이산가족 면담은 박근혜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끈질기게 주장해온 것이기 때문에 김정은이 생색을 낼만한 대남용 선물이다.
그러나 한국이 얻은 보이지 않는 이득이 있다. 그것은 이번 사태에서 대통령과 군 그리고 국민이 한몸이되어 최악의 경우 일전도 불사한다는 용기 있는 의지를 보인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남북한 충돌이 있을 때마다 한국 측이 북측에 항상 질질 끌려 다니는 인상을 주어 해외동포들 눈에도 한국정부가 답답해 보인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조폭에 시달리는 상인을 연상케 했다. 북한 측의 상투적인 대남전법은 도발-오리발-대화-보상 요구다. 이들은 불안을 조성해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최대의 목표다. 천안함을 보라. 얼마나 많은 유언비어가 떠돌았는가. 야당대표가 천안함 북측 소행을 인정하는데 5년이나 걸렸다. 이번에 휴전선에서 목판지뢰가 터지자 야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대북 응징이 아니라 남북 고위회담부터 들고 나왔었다. 이런 것이 바로 김정은이 노리는 남남갈등이다. 문제는 남남갈등이 북측의 오판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6.25 한국전쟁이 왜 일어났는가. 북에서 밀고 내려오면 남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합세할 것이라는 박헌영의 주장을 믿은 김일성의 오판이 원인이다.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이 있다. 핵무기를 내세우며 겁주기를 일삼는 북한의 깡패적인 위협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남한국민이 일치단결하면 먹혀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북한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정권이라는 점이다. 황병서가 벌써 딴소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사람들로부터 도발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낸다는 것 자체가 희극이다.
남북대결은 여러가지를 보여 주었다. 무엇보다 김정은이 남한을 오판한 사실이다. 그리고 김정은 정권이 불안하다는 것도 드러났다. 또 이들이 유사시에 어떤 형태로 전면전에 임하는지를 드러냄으로써 자신들의 급소가 어딘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대결에서 드러난 가장 큰 그림은 미국이 보여준 확고한 한국방어 의지다. 북한도 미국의 결연한 자세에 좀 놀랐을 것이다. 중국이 아무리 한국과 가까워져도 미국처럼 박력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한반도에 위기가 닥치면 믿을 수 있는 친구는 미국뿐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 시켜 주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