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세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 한국을 방문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찬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주 아버지의 고향인 케냐를 방문해 갖가지 화제를 낳았다. 일가친척 32명을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에 불러들여 파티를 여는가하면 케냐 대통령 주최 만찬석상에서는 재킷을 벗고 밴드 앞에 나아가 케냐 민속춤인 리팔마 댄스를 추어 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열광적인 박수를 받은 것은 체류 마지막 날 나이로비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케냐 청년들을 위한 집회에서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으로 자라면서 겪은 갈등과 극복과정을 들려주면서 케냐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역설한 이 스피치는 오바마의 명연설 중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그가 약속한 미국원조보다 이 연설이 케냐국민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나의 할아버지는 케냐에서 외국인(백인을 의미)가정의 하인으로 평생을 보냈다. 그는 60세가 넘었는데도 집에서는 보이(boy)로 불리는 수모를 겪었다. 이를 보고 자란 나의 아버지는 미국유학의 꿈을 이루었지만 고향인 케냐로 돌아왔을 때 비민주적인 사회체제에 실망해 갈등을 겪다 평생을 마쳤다. 그러나 지금의 케냐는 변했다. 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겪던 케냐가 아니다. 케냐인의 후손 중에는 미국대통령도 있지 않은가. 우리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 케냐를 방문할 줄을 어떻게 알았겠는가. 젊은 이들이여, 후진된 습관에서 벗어나라. 희망을 품고 새 나라를 건설하라” - 학생들이 오바마의 연설에 감동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케냐방문에서 케냐인들의 불쾌감을 자아낸 발언이 있었다. 오바마의 18번인 동성결혼 권리보호를 기자회견 때마다 주장한 사실이다. 케냐에서는 게이나 레스비언을 법으로 처벌하고 있다. 동성결혼을 하는 자는 종신형에 처할수 있도록 하고 외국인이 케냐인을 동성연애로 유혹할 때는 돌로 쳐죽이는 처형을 할 수 있는 법안을 일부 정치인들이 추진 중일 정도다.
켄야타 케냐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치고 난 뒤 “오바마 대통령과 여러가지 건설적인 협의가 있었으나 우리문화, 우리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도 있었다. 충고는 좋지만 케냐국민이 싫어하는 것을 정부가 강요하는 것은 매우 곤란한 일이다”라고 말해 오바마의 동성결혼 보호 권고에 불쾌함을 은근히 표시했다. 케냐의 보수당인 민주공화당의 빈센트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애 보호발언은 케냐인들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평했으며 나이로비 시내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시민데모까지 있었다. 케냐 정부와 종교지도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케냐를 방문하는 동안에는 동성애 문제 언급을 피해 달라고 미국무성에 미리 당부 했는데도 오바마는 아랑곳 않고 인권차원에서 이를 가는 곳마다 언급한 것이다.
나라마다 전통이 있고 관습이 다르다. 내가 이해 못하는 환경과 국민감정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미국에서는 동성결혼이 합법화 되었지만 이를 반사회적 풍조로 받아들이는 나라가 아직은 대부분이다. 미국문화를 획일적으로 다른 나라에 강요하는 것은 외교적인 실례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을 공식방문하면서 동성결혼 보호를 외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어색하기 짝이 없고 오버액션하는 느낌을 준다. 마치 미국대통령이 동성결혼 전도자인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을 잘못 뽑은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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