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화제 중의 하나는 흑인 코미디언 빌 코스비의 스캔들에 관한 뉴욕 타임스의 보도였다. 빌 코스비가 18세 미만의 어린 여성을 마약을 이용해 강간한다는 소문은 2000년부터 나돌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이 문제가 터졌다. 여러 명의 여성이 그에게 강간 당했다면서 빌 코스비를 상대로 한 소송의 증인으로 나선 것이다. 처음에는 이 여성들의 주장을 믿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할리웃에서는 돈을 뜯어내기 위해 너무나 많은 여성들이 유명배우를 걸고넘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신문들도 코스비의 스캔들에 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가 워낙 흑인사회의 거물인데다 돈이 많은 수퍼스타이기 때문에 몇몇 여성들이 주장하는 이야기를 잘못 보도했다가는 골치 아픈 소송과 흑인 데모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AP통신이 법원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결과 빌 코스비가 과거 약물투여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과 어떻게 합의했는지의 재판기록을 얻어내는데 성공했으며 지난주 뉴욕 타임스가 그 기록 전문을 입수 보도해 그를 둘러싸고 떠돌았던 소문이 사실임이 밝혀졌다.
보도된 재판기록을 읽어보면 그 악랄한 수법에 딸 가진 부모들의 입에서는 “이런 죽일 놈이 있나”소리가 저절로 나오게 되어있다. CNN에 의하면 약물강간 당한 여성이 무려 40명이나 된다. 그중 25명은 자신의 이름을 밝혀도 좋다고 하면서 용감히 나선 여성들이다.
빌 코스비가 어린 여성들을 유혹하는 비결은 이렇다. 할리웃에서 모델이나 엑스트라, 기타 TV 제작진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들은 누구나 스타가 되기를 원한다. 이들은 ‘빌 코스비 쇼’를 진행하는 빌 코스비가 얼마나 파워를 갖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안다. 그는 보통 수퍼스타가 아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사에게 미국정부가 수여하는 ‘자유의 메달’을 받은 배우다. 수퍼스타 중의 수퍼스타다. 그의 말 한마디에 프로듀서들의 얼굴이 바뀔 정도다.
빌 코스비는 바로 이와 같은 자신의 명예를 여성을 쉽게 유혹하는데 사용한 것이다. 인생 상담을 해주는 척 하면서 커피나 칵테일에 퀘일루드라는 마약을 타 정신을 잃게 한 다음 여성이 어지럽다고 하면 집으로 데려다 준 후 의식불명 상태에서 야욕을 채우는 것이다. 여성이 깨어나 보면 코스비는 온데간데없고 자신이 강간당한 것을 알게 된다.
그가 왜 여성에게 마약을 먹이느냐가 더 가증스럽다. 합의 하에 육체적인 관계를 맺으면 여성 쪽에서 “강간 당했다”고 우기며 소송을 걸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성이 의식을 잃도록 만들어 강간당한 증거를 없애 버리는 것이다.
당한 여성 쪽에서 보면 소송을 제기해봤자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코스비와 싸울만한 변호사비가 없어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10여년 이전에 일어난 일들이라 법적인 소멸시효가 닥쳐 빌 코스비의 범죄가 성립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이라고 빌 코스비를 빗대어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빌 코스비가 마침내 임자를 만났다. CNN 보도에 의하면 얼마 전 클로 고인스라는 20대 여성이 용감하게 코스비를 강간죄로 LAPD에 고발했다. 이 여성의 고발은 법적시효가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로 밝혀지면 빌 코스비는 감옥에 가야 한다.
빌 코스비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빌 코스비 쇼’에서 항상 흑인청년들에게 매너를 강조해온 멘토다. 위선도 이런 위선이 없다. 그가 유죄로 밝혀지면 미국역사에서 ‘자유의 메달’을 받은 유명인사가 감옥에 가는 첫 케이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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